하루하루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그 속도에 맞춰 정신없이 또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모든 것이 빨라진 이 시대를 살다보니 길이 막히거나, 음식이 늦게 나오거나, 또는 핸드폰의 속도가 더뎌지기만 해도 안절부절하며 온갖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우리는 얼마나 빠른 사회에 길들여져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그렇게 그 속도에 끌려가고 있다. 내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며 살아지고 있다. 나의 삶을 살아가는게 아니라, 수동적으로 살아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방향과 목적이 없이, 온전한 내가 없이 속도전에 몰두되어 살게 된다.

우리는 언제 내 삶의 주인임을 느낄 수 있을까. 내 삶의 주인이 된다는 그 벅참, 뿌듯함과 같은 충만한 마음은 주로 무엇인가에 몰입되어 있을 때 경험된다. 나의 관심과 주의가 어떤 사물이나, 사건, 또는 사람에게 온전하게 빠져있어서 어떤 것도 우리를 간섭하지 않을 때, 우리는 충만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음미하기(savoring)라고 말 할 수 있다. 우리가 음미하기를 하는 순간에는 어떤 다른 걱정에서 멀어지고, 해야 할 일에 대한 부담과 불편함에서 벗어나게 된다.

아마, 핸드폰에 저장되어진 사진을 돌이켜보면서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한참 미소짓게 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는 과거에 여행지에서 사왔던 기념품을 보면서 여행했던 그 기분과 기억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좋았던 감정을 다시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바로 음미하기이다.

브라이언트 박사와 벨로프 박사는 이러한 음미하기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증거들을 보여주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연구팀은 참여자들을 모집하여 행복도를 측정하고 세 집단으로 나누었다. 한 집단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나 좋은 경험을 기억하고 음미하도록 하고, 한 집단에게는 기념품을 보면서 음미하도록 했다. 그리고 한 집단에게는 아무 기억도, 음미도 하지 않게 했다. 그리고 행복을 다시 측정했다. 그 결과 기념물을 보면서 음미하는 사람들이 행복점수가 제일 높았다. 즉 가장 적극적으로 긍정적 경험을 다시 불러일으키면서 음미했을 때 더 크게 행복을 느낀 것이다.

이렇게 적극적인 음미는 소외되었던 나의 감각, 기억, 감정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과 같다.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해야 할 일들을 쳐내가는 과정에 급급하여 우리의 눈, 코, 입 등의 감각을 소외시켜왔다. 그러다보니 내 감정은 더 메말라져가고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 내 감각에 생기를 불어넣는 경험이 필요하다. 음미하기를 해보면 좋겠다. 한 여름 밤에 부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는 것, 까슬까슬한 이부자리를 느껴보는 것, 까르르 까르르 웃고 있는 아이의 웃음에 집중하는 것, 맛있는 음식을 한입 넣을 때의 그 맛에 집중하는 것 등등이 우리를 충만케 한다.

이러한 음미하기는 우리 삶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쥐는 방법들이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분명한 행복실천이다. ‘우리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원했던 내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가 그토록 원했던 하루를 더욱 충만하고 가치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음미하기일 것이다.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음미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글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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