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뒤안길에는 환경오염 등 갖가지 문제가 남습니다. 무분별한 제품 생산은 되레 쓰레기만을 양산하기도 합니다.

쓸데없는 생산을 줄이고 생산 단계부터 환경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효율적이면서 가장 똑똑한 투자입니다. 자투리경제는 친환경과 재활용의 가치 실현을 위해 [가장 똑똑한 투자_'친환경'] 시리즈를 연중 진행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삽화 | 자투리경제=송지수 SNS에디터
삽화 | 자투리경제=송지수 SNS에디터

 

“쓰레기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 버리자!”

쓰레기를 덜 발생하고 덜 버리고 재활용하자는 개념이 아닌,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쓰레기라는 개념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다.

- 윌리엄 맥도너, 미하엘 브라운가르트 (요람에서 요람으로)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우리는 위험천만한 차도에서 리어카나 손수레를 끌고가는 어르신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어르신들이 폐박스를 모아 동네 재활용 폐기물센터에 가면 1kg당 50원을 받는다고 한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지를 줍는 노인의 연령은 평균 76세. 어르신들은 폐지를 수집하는 데 하루 평균 5.4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일주일 중 6일을 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꼬박 모은 폐지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평균 15만9000원. 시급 1226원으로 최저임금의 13% 수준이다. 복지부는 이처럼 노년을 이어가는 이들이 4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폐지 수집을 하는 이유는 뭘까. 약 55%가 ‘생활비 마련’이라고 답했다.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는 ‘경제적 지원’(85.3%)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일반적인 폐지 가격의 6배인 1kg당 300원을 쳐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그 주인공은 2017년 창업한 업사이클 사회적기업인 러블리페이퍼(LOVE RE:PAPER)다. 러블리페이퍼는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려가는 어르신들과 직거래를 통해 폐지를 구매한 후 이 폐지를 가로 23cm, 세로 16cm 크기로 재단해 겹겹이 쌓은 후 헝겊으로 뒤집어씌워 캔버스로 만든다. 

 

캔버스는 협약을 맺은 350여 명의 재능기부 작가들에게 보내진다. 그러면 그들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캘리그래피를 담아 회사로 다시 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홈페이지 정기구독을 통해 판매되는데, 월 1만~3만 원의 회비를 내면 금액에 따라 1년에 작품 4~12개를 받아보는 식이다. 

폐지수집 어르신 현황을 조사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북구청 별관 미아동 주민센터 외벽에 폐지수집 어르신 현황을 조사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자투리경제 사진 DB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이 회사를 창업한 기우진 대표가 폐지수집 어르신과 첫 인연을 맺은 건 2013년 NGO 단체 ‘종이나눔운동본부’를 만들면서부터다. 기독교 계열 대안학교 교사로 자신이 근무했던 학교에서 나온 종이를 기부해 폐지수집 어르신을 도왔다. 문제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시세였다. 아무리 종이를 많이 모아도 돈으로 환산하면 형편없었다. 차라리 어르신들이 모은 폐지를 고가에 매입해 그 가치를 높인 캔버스를 만들자는 묘안을 떠올렸다.

 

이 사업 외에도 이 회사의 대표인 기우진 대표가 기업이나 학교를 대상으로 한 외부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대표가 직접 나서 회사를 소개하고 직접 폐박스로 캔버스를 만들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DIY 키트를 판매한다.

 

또 쌀 포대를 수거해서 종이가죽을 만들어 파는 사업도 하고 있다. 시중에서 버려지는 쌀포대는 사실 일반 쓰레기임에도 종이로 배출되고 있다. 이 점에 착안해서 업사이클 제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시중에 있는 쌀포대 가방의 디자인이나 내구성 등 실용성이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 호텔에서 버려지는 폐린넨 시트를 합접해서 탄탄한 종이 가죽 원단을 만들었다. 이 종이가죽으로 노트북 파우치, 돗자리, 에코백, 보냉백, 마우스패드, 지갑 등 다양한 파생상품들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제품들은 폐지를 주워 러블리페이퍼에 공급해 주시는 어르신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만들어진다.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사진 = 러블리페이퍼

 

 

이 회사의 목표는 무엇일까? 기 대표는 러블리페이퍼의 목표는 '멋지게 망하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러블리페이퍼가 필요없는, 즉 폐지 줍는 어르신들께 어떠한 지원을 드리지 않아도 안정된 삶을 살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고 말한다.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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