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일대에 위치한 '성수 수제화 거리'의 공동판매장 일부를 둘러보겠습니다. 수제화 거리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특이하게도 교각 아래 빈 공간을 활용해 지어졌습니다.

성수역 1번출구 방면으로 나오면 이렇게 성수 수제화 거리의 위치를 알리는 지도와 역사에 대해 설명해놓은 안내 표지판을 볼 수 있습니다.

성수동에 수제화 공장이 몰려들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부터입니다. 1960년대 말 금강제화 공장이 성동구 금호동 지역에 들어서면서 하청 공장들이 자리를 잡았고,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금강제화 생산본부가 부평으로 옮겨가면서 구두 관련 공장들이 흩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1번출구에서 2번출구로 이어지는 구간에 수제화 전문 상가들이 일렬로 입점해 있습니다. 검은색 컨테이너 구조로 된 이 상가는 교각 아래 공간을 활용하되 인도를 많이 침범하지 않도록 깊이를 최소화해서 지어진 모습입니다. 언뜻 보아도 교각 기둥 1개의 너비와 비슷한 1m 남짓한 깊이로 상가가 지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제화 거리임을 알리는 조형물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상가의 좌측 상단에는 복잡한 간판 대신 큼지막한 숫자가 각 호실을 구분해주고 있네요.   

전면에서 보면 꽤 근사한 쇼룸으로 보입니다. 넓은 면적의 상가는 아니지만 신발처럼 부피가 작은 아이템을 판매하기에는 충분해보입니다.

성수동에 구두공장들이 몰려든 이유는 금강제화 본사가 있으며, 성남에 있는 에스콰이어, 엘칸토 생산공장과도 가까웠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성수동에는 구두공장뿐 아니라 가죽과 악세사리, 부자재 등 구두재료 업체들이 밀집해 있기도 합니다.

2000년대 초반 성수동의 공장들은 침체기를 맞기도 했지만, 2011년 구두공장들이 모여 공동판매장을 오픈하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구두 제조업이 오랜 기간 이 지역의 기반 산업이었던 만큼 성동구청의 지원으로 이렇게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초역세권 상가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성수동의 여느 골목과는 달리 이곳은 다소 한산한 편입니다. 사실 성수 수제화 거리 내 상가 상당수가 트렌드에 맞춰 카페나 음식점 등으로 바뀌는 경우가 흔합니다.

상권 활성화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지만, 쓸모 없던 자투리 공간을 멋스럽게 활용한 아이디어와 시도는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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