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현실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부실로 인한 건설업계의 연쇄 위기와 그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투리경제 사진 DB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현실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부실로 인한 건설업계의 연쇄 위기와 그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투리경제 사진 DB

시공능력순위 16위인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을 신청한 것은 무리한 사업 확장에 부동산 경기 불황이 겹쳤기 때문이다. 시공능력순위 30위권 내 대형 건설사가  2013년 쌍용 건설 이후 처음이다.

태영건설은 올해 3분기 매출이 2조389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046억원) 대비 32.4% 늘었지만 고금리와 공사 원가 상승, 분양시장 침체 등으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가 증가했다. 내년 4분기까지 1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채무는 3조6027억 원에 육박한다.

■ 금융권 일부손실 불가피…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 13%대

문제는 태영건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설업계의 '워크아웃 도미노'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증권사보다 자금조달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규모는 약 23조원, 부동산 PF 전체 규모는 약 134조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중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9월 말 21조7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29%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채무보증 형태로 PF 자금을 지원해왔는데, 부동산 사업이 지연·무산돼 시행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하면 보증 증권사가 대신 돈을 변제해야 한다. 증권사 연체율은 작년 10.4%에서 9월 말 13.9%까지 뛰었다. 이는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채무보증 잔액이 큰 증권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준공 후 미분양 2년8개월만 최대…위기 심화 가능성

본 PF리스크는 미분양보다 준공 후 미분양으로 인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PF는 브릿지론과 본PF로 나뉜다. 토지 매입 등 초기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브릿지론으로 조달하고, 이후 인허가 등이 완료되면 본PF를 일으켜 이 돈으로 브릿지론을 갚는 구조다. 본PF 사업장들은 준공 후 미분양이 심화할수록 분양을 통해 상환해야할 대출 길이 막히게 된다.

국내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0월말 기준 1만224가구를 기록했다. 지난 2월 8554가구 대비 약 20%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이 1만가구를 넘은 것은 2021년 2월(1만779가구)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특히 마감공사를 진행할 때는 소요되는 자금이 골조공사 진행 단계보다 급증하기 때문에 준공이 임박해서 건설사들의 자금난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문제가 심화된 2022년 하반기 착공한, 본PF로 넘어간 사업장들의 경우 약 2년 후인 2024년 9월쯤부터 준공 후 미분양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 중소건설사 300곳 이상 부도…이자 감당못하는 건설사 증가

이미 종합건설사 중에서 중소건설사들은 300개 이상이 부도가 난 상황이다. 자기자본 비율이 낮으면서 현금 확보를 못한 건설사는 부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내년 상반기에도 고금리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이자 감당을 못하거나 분양이 안되는 건설사들은 위험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기업평가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21개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건설사들의 올해 8월말 기준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으로 작년 6월 말보다 29% 늘었다.

중소건설사들의 경우 지금까지는 (대출)만기를 계속 지연시키면서 버텨 왔는데, 만기 연장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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