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 외에 카드사,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이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금융권의 부실 위험은 물론 시중자금의 경색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또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연체 잔액은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으로 소비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연체율 상승은 경기 활성화를 저해하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가 오를 때보다 금리 인상기가 끝날 무렵부터 잠재 부실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자상환 능력이 한계치에 다다른 '영끌족' 등 취약 대출자의 부실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작년 은행 연체율 일제히 상승…'건전성' 경고등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 등으로 최근 2~3년간 내림세였던 은행 연체율이 금리 인상기를 맞아 상승하고 있다. KB 신한 하나 우리 금융그룹 등 4대 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해 말 지주사계열 은행의 연체율은 전년 대비 0.03~ 0.04%포인트 올랐다. 2019~2021년 당시 내림세였던 연체율이 지난해 들어 상승 전환했다.
KB국민은행의 연체율은 1년 사이 0.12%에서 0.16%로, 신한은행은 0.19%에서 0.22%로 올랐다. 하나은행은 0.16%에서 0.20%로, 우리 은행은 0.19%에서 0.22%로 연체율이 올랐다.
■ 연체율 경고에 은행 역대급 충당금
고금리로 가계·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주요 금융사가 대출 부실에 대비해 역대급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 등 다양한 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두는 비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 한 해 새로 쌓은 대손충당금(순전입액)은 5조103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3조2509억원보다 약 57%(1조8524억원)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적립했던 2020년(4조1070억원)보다도 9963억원 많다.
KB금융은 4대 금융사 중 가장 많은 1조8359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했다. 신한금융은 전년보다 31% 늘린 1조3057억원을 쌓았고 하나금융도 1조1135억원으로 전년보다 109% 확대했다. 우리금융은 전년에 비해 58% 늘린 8482억원을 마련했다. 4대 은행이 지난해 쌓은 대손충당금도 2조605억원으로 전년(1조1508억원) 대비 1.8배 증가했다.
■ 지난 4분기 우리카드 연체율 1.21%…직전 분기比 0.29%p
서민들의 자금 창구인 카드 업계의 연체율도 일제히 상승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직전분기와 비교해 모두 올랐다. 특히 이들 중 우리카드의 연체율은 지난 4분기 1.21%로 가장 높다. 그 다음으로 신한카드(1.04%)와 하나카드(0.98%)와 KB국민카드(0.92%), 삼성카드(0.86%) 순으로 집계됐다.
연체율이 직전 분기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곳은 우리카드다. 우리카드의 지난 4분기 기준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0.29%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하나카드가 직전 분기 대비 0.21%p 올랐고, 삼성카드(0.20%p)와 신한카드(0.18%p), KB국민카드(0.14%p) 순으로 연체율이 증가했다.
카드사들은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리며 부실 위험을 낮추고 있다. 지난해 신한카드는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5602억원으로 2021년(4429억원) 대비 26.5% 늘렸다.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도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7% 가량 늘리며 각각 6322억, 5004억원을 확보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여파로 인해 올해도 주요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우상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카드사들은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확보해 부실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터넷 전문은행, 연체율 상승세 '뚜렷'
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높은 인터넷 전문은행에서도 연체율 상승세가 뚜렷하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0.49%로, 전년 대비 0.27%포인트 올랐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 힘 의 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전 금융권(카드사 제외)의 부동산 PF 대출연체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 1465억원으로, 2021년 말(4838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 잔액이 363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연체율도 8.2%로 가장 높았다.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 잔액이 약 3000억원, 캐피털 2902억원, 보험 1767억원, 은행 115억원 순이었다.
보험사의 PF 대출 연체잔액도 1767억 원으로 적지 않았지만, 대출 잔액 규모가 금융권에서 가장 큰 45조 원대인 만큼 연체율은 0.39%로 나타났다. 은행의 연체 잔액은 115억 원, 연체율은 0.03%였고 상호금융은 각각 43억 원, 0.09%로 집계됐다.
■ 소형 저축은행들 경영 상황 급격히 나빠져
소형 저축은행들의 경영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기존 대출의 연체율이 빠르게 치솟는 것은 물론 예·적금을 통한 신규 자금 조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총자산 규모가 3000억을 밑도는 18개 업체의 연체율은 4.6%로 업계 평균(3.0%)을 크게 웃돌았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5.0%로 업계 평균(3.5%)보다 1.5%포인트 높았다. 고정이하여신은 회수 가능성이 극히 낮은 악성 부채를 뜻한다.
자산 축소 현상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18곳 중 14곳의 자산 규모가 일제히 직전분기보다 줄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총자산이 133조3710억원에서 136조4869억원으로 3조원 이상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