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우리 이야기에 더해진 비범한 아름다움.” _이해인(수녀, 시인)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오리여인 3년 만의 신작!

 

사진 = 수오서재
사진 = 수오서재

 

혼자의 삶에 찾아온 함께 살아가는 일에 대한
모든 다행과 불행과 사랑의 순간들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로 국내를 넘어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 등지로 수출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오리여인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자신만의 보폭으로 걸어가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로 독자들의 큰 공감을 이끌었던 작가는 책 『완벽하지 않아 다행이야』에서 예측 불가한 삶이라는 거대한 흐름과 마주했던 시간들을 솔직하고 꾸밈없이 기록해 선보인다. 삶은 늘 그렇듯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혼자의 삶에서 이인분의 삶으로, 다시 셋이라는 하나의 울타리로 빠르게 변해가는 날들 속에서 작가가 기필코 지켜낸 것들, 발견한 것들, 그 안에 빼곡히 숨은 모든 다행과 불행과 사랑을 가감 없이 꺼내어놓았다.

 

혼자 사는 삶이 좋았다.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는 일, 나만의 공간을 나만의 취향으로 가꾸는 시간, 친구들과 나누던 든든한 우정. 혼자 사는 일상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비혼을 꿈꾸던 작가는 한 사람과 만난 지 두 달 만에 청혼을 받고, 여섯 달 만에 결혼했다. 결혼에 돈이 얼마나 드는지, 두 집안이 하나의 가족으로 이어지는 일은 무엇인지, 평생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이 한집에 사는 것 등등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매번 마주할 수밖에 없던 시작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결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났고, 작은 것 하나부터 다른 것들이 많았지만 둘이 함께 사는 재미를 부지런히 찾았다. 결혼은 둘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것도, 다르게 살아온 서로의 시절을 인정해주는 방법도 알아가며 너와 내가 아닌 우리의 삶의 방식으로 하나둘 맞춰 갔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주제들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나란히 동네를 산책하고, 마주 보고 밥을 먹는 둘만의 작은 행복에 가꾸었다. 비로소 마음이 채워지는 것 같았는데 그 행복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아이가 생겼다. 그렇게 삶은 또 다른 방향으로 작가를 이끌었다.

 

“조급해하지 말고 너그러워지자.
앞으로 우리는 함께 살날이 훨씬 많으니까.”

 

불완전한 너와 내가 만나
온전한 우리가 될 수 있다면

 

평생 남이었던 사람들과 가족이 되는 일, 아이를 낳아 기르고 엄마가 되는 일이란 무엇일까. 사람 얼굴이 각기 다르고 마음이 다르듯 그 삶의 모습도 다 다를 것이다.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 결혼 3개월 차에 아이를 갖게 된 그녀는 처음 마주한 자신의 아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다. 그렇게 아이라는 충만한 세상이 새롭게 열렸지만, 세계는 너무도 낯설었고 곧이어 산후우울증이 찾아왔다. 아이를 키우는 건 또 다른 삶의 영역이었다. 아이를 바라볼 때마다 행복했지만 그때마다 눈물도 함께 흘렀다. 새로운 가족들과의 예상치 못한 순간들, 온 마음으로 아이를 품어주는 ‘평범한’ 엄마가 아닌 것 같은 죄책감,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조급함. 복잡한 마음들은 스스로 관대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채찍질하게 했다. 그 괴로움과 슬픔에는 순수한 사랑이 얽혀 있어 더욱 지난했다고 고백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일은 때론 짐이기도 했지만 결국 힘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결혼은 가족, 나아가 이웃, 온 마을이 생기는 일이었고, 그녀가 걸었던 무겁고 어두운 시간을 혼자가 아닌 우리였기에 지나올 수 있었음을 이제는 알고 있다. 힘들 때 곁에서 손잡아주는 사람, 육아를 함께해주는 가족들, 아이로 인해 알게 된 새로운 인연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육아에서 해방되어 스스로 시간을 주는 일이었다. 엄마라는 새로운 자아를 받아들일 시간을 주는 일. 모래시계의 틈처럼 아주 좁을지라도.

 

놀이터에서 자기 집에 놀러 오라는 엄마들을 만나 함께 육아의 힘듦을 나누며 좀 덜어냈고, 부부 둘만의 시간을 가지라는 가족들의 도움이 있었고, 야근한 날에도 집안일과 이유식을 만드는 육아 동지가 곁에 있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내가 조금은 나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건 마을이 필요한 일이니, 외딴섬처럼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않기, 그게 중요했다. 육아라는 세상에서 젖은 엄마만 줄 수 있지만, 나머지는 함께해야 했다.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고 조금 더 나은 마음이 되기를. 조금 더 행복해지길.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본문 중에서

 

이 책은 혼자의 이야기에서 출발해서 함께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책을 덮을 때쯤 알게 된다. 혼자라고 생각했을 그 어떤 시절에도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다는 사실을. 그렇게 우리라는 이름의 사랑을 담은 이 책을 당신에게 전한다.

 

사진 = 수오서재
사진 = 수오서재

 

 


<책속으로>

그 시기에 또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이 전하는 위로와 의지를 느끼기도 했다. 이제는 사람을 잃는 것을 전처럼 두려워하지 않는다. 진짜 내 사람이라면 있어야 할 때 반드시 곁에 있어 주니까. 그리고 인연의 수에도 연연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사람 몇 명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하다. 그들이 훗날 태풍이 와도 무너지지 않는 집에 함께 있을 사람들일 테니까.
--- p.27


우리는 만난 지 정확히 6개월째에 결혼했다. 현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나와 말이 잘 통하고 취향이 비슷하다고 해도 결혼은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나는 미끄럼틀보다 빠르게 결혼으로 미끄러져 갔다. 내가 정말 결혼했다는 사실을 지각한 것은 신혼여행 5일째, 아프리카의 숙소에서였다. 사자와 얼룩말, 순록, 거대 거북이와 기린을 다 보고 숙소에 돌아와 수영장에 풍덩 들어갔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떡하지? 내가 너무 큰일을 저지른 느낌인데?’
--- p.87


“뭐 재밌는 것 보자!”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화면에서 던져주는 주제로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정치, 꿈, 취향 등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고 깔깔거리면서 끊임없이 먹는다. 맛있어 보이는 게 있으면 서로 입에도 넣어주기도 하며. 아, 배부르다. 그래. 행복이 별거 있나.
--- p.106


“응애, 응애” 우는 소리가 정말 조그마했고, 몸은 생각보다 더 너무너무 작았다. 내 팔목보다도 여리고 얇은 허벅지. 하긴 이렇게 작아야지 내 배 속에 있는 게 가능하겠구나 생각하면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선이야, 세상에 태어난 것을 축하해.
--- p.147


태어난 아이는 온순한 편이었고 남편도 자상했다. 하지만 아이가 순하고 현이 잘 챙겨준다고 해서 사라지는, 그런 일차원적인 감정은 아니었다. 마치 우주 은하수 어디쯤에서 혹은 바닷속 깊은 심해에서 시작된 내가 거역할 수 없는 우울 같았다. 너무나 예쁜 아이를 낳았는데 나는 왜 이리 슬프지. 스스로 비참한 인간이고 비정한 엄마라 생각했다.
--- p.149


선생님은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더니 잘 왔다며, 많은 엄마가 아이를 낳고 상담소를 찾는다고 했다. 많이들 겪는 일이라고 걱정 말라고, 아주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거라고.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났는데 이렇게 감정이 일렁이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했다. 아기랑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다들 일도 하고 육아도 잘하고 잘만 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작아졌다. 나는 왜 이리 힘든 걸까. 세상 엄마들은 육아의 행복을 잘 찾는 것 같은데 나는 행복한 감정이 생길 만하면 그 감정을 찢고 슬픔과 눈물이 몰려왔다. 나만 유별난 게 아니라니, 그것만으로도 조금 위로가 되었다.
--- p.187


“이게 내가 싸우는 방식이야.” 서로 다르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 담긴 그 대사가 가슴에 크게 다가왔다.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그렇게 열심히 가족을 위해, 서로를 위해, 선이를 위해 뛰어가고 힘을 쏟고 있었구나. 그저 달랐을 뿐이라는 평범한 말이 우리를 동시에 많이 울게 했다. 그래, 남편도 남편의 방식으로 이 태풍 속을 헤쳐 나가고 있겠지. 나는 내 방식대로 그는 그의 방식대로 느리지만 꿋꿋하게, 우리는 다 이 삶 속에서 발버둥 치며 나아가고 있다.
--- p.225


선이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까? 적어도 엄마와 아빠가 자신에게 매일매일 시시때때로 하는 말과 눈빛과 손짓이 사랑이라는 것은 알겠지. 선이도 저 말이 좋은 말이고 저 좋은 말을 우리에게 해주고 싶어 한다는 걸 우리는 알 수 있다. 이렇게 거짓 없이 순수한 눈으로 나를 보며 웃는 사람이 있을까. 선이가 처음 걸음을 딛던 날보다 훨씬 더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묘한 행복감이 일렁인다.
--- p.248


나는 선이가 모빌만 끔뻑끔뻑 볼 때도 빛에 손가락을 움직여 그림자놀이를 하고 별을 쏘고 혼자 가만히 두질 않았다. 튀밥을 하나 줄 때도 장난감 문을 열어야 튀밥이 나오는 도구를 사용했다. 그저 남들이 다 그러니까 뇌 발달과 소근육 발달에 신경을 썼다. 늘 더 해야만 할 것만 같아 불안했는데 라라 언니네 집을 다녀온 후 마음이 좀 달라졌다. 편하게, 가뿐하게. 선이도 나도 우리도 함께 살아가는 식구일 뿐이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너그러워지자. 앞으로 우리는 함께 살날이 훨씬 많으니까.
--- p.301


“유 햅투 해피 퍼스트 앤 유얼 차일드 해피 투(너가 행복해야 해. 그래야 아이들도 행복해).”
“마이 닥터 세이드 투(내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했어).”
먼 타국에서 엄마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 사람을 만나 서로의 마음을 이렇게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다니. 국경이고 인종이고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엄마였다. 우리는 짧은 영어를 썼고, 대단한 형용사도 뭐도 없었다. 그것만으로 우리는 다 이해할 수 있었다. 너는 엄마, 나도 엄마.
--- p.331

 


<추천평>

‘우리라는 이름의 사랑’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됩니다. 혼자가 둘이 되고, 아이를 낳아 셋이 되는 시간을 너무도 솔직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오리여인 작가에게 한 사람의 독자로서 ‘모처럼 독서가 즐거웠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작가의 빼어난 필치와 그림 덕분에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에 비범한 아름다움이 더해졌습니다. 페이지마다 공감하며 저절로 미소 짓게 되는 이 정겨운 책은 일상이 빚어낸 ‘꽃다발’입니다.
- 이해인 (수녀·시인 )

 


<저자 : 오리여인>

한국과 뉴욕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독자적인 시선으로 포착한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다.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 《마음이 보이면》 등을 쓰고 그렸으며,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는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 5개국에 수출되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씁니다. 귀엽게 살고자 합니다. 쭉. 지은 책으로는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 『마음이 보이면』, 『수상한 드로잉 노트』가 있다. 그림과 이야기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에 열정적인 그림작가이자 파인아트 작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페인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과 뉴욕에게 세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작업실에 갇힌 고독한 예술가가 아닌 세상 속에 함께 있는 열린 아티스트를 꿈꾸며 ‘드로잉 나눠 가지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참여했다.

인스타그램 @thelady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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