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시대에서 본질의 시대로

 

사진 = 몽스북
사진 = 몽스북

 

30년 넘게 광고 분야에서 일해온 저자 이근상은 이번 책 『당신의 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닐 수 있다』를 통해 “마케팅이 시장을 흔들던 시대는 끝난다”고 선언한다. 브랜드의 본질보다 ‘포장하는 방법’에 치우치던 질풍노도의 50년을 지나 다시 본질의 시대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제 제대로 된 본질이 없다면 그 무엇의 도움도 소용이 없게 되어버렸다. 뒤집어 말하면,

본질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잘 만들어가면 별다른 도움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 서문에서

 

브랜드 마케팅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저자의 이전 책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에서 “큰 브랜드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작은 브랜드의 시대다” 라고 말했던 것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다. 광고 시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어있고 광고인인 그 역시 한평생 대형 브랜드를 위해 일해왔다. 그러나 큰 브랜드를 성장시켰던 그동안의 방식이 이제는 동력을 잃었다면서 “작은 브랜드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는 주장을 펼쳤고 이러한 메시지는 시장의 수많은 ‘작은 브랜드’들에게 인사이트를 주었다.

그는 이번 책을 통해 ‘포장을 위한 광고나 마케팅 활동’의 무용함을 얘기한다. 뛰어난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를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드는 일이 어렵지 않게 되면서 본질이 훌륭한 제품이라면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힘이 중요치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신 ‘별다르지 않은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의 방법을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별다르지 않은’ 도움이라고 설명한 것은 다름 아닌 ‘브랜드의 개념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일’ 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브랜드란 과연 무엇인가.

 

브랜드가 되기 위한 10가지의 질문

당신이 현재 하고 있는 브랜딩 활동에 대해, 저자는 서두에 다음의 10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중 몇 개의 문항에 해당하느냐를 가늠하기 보다는 브랜드로 가는 길의 어느 부분에 당신의 브랜드가 위치해 있는지 판단하는 척도로 쓰면 좋겠다는 설명이다. 10개의 문항을 읽고 현재 나의 브랜드의 방향과 활동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브랜드’의 개념이 대략적으로 잡힐 수 있다.

1. 당신의 브랜드를 잘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형용사가 있는가?

2. 그 형용사가 너무 범용적이어서 브랜드의 자산이 되기 어렵지 않은가?

3. 그 형용사는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된 인식을 만들 수 있는 것인가?

4. 그 차별화된 인식은 소비자나 고객의 삶 속에서 의미 있는 것인가?

5. 차별화된 인식을 만들어가기 위한 (적어도) 3년 이상의 계획이 있는가?

6. 브랜드가 소비자의 삶과 성공적으로 연결된 모습을 설명할 수 있는가?

7. 브랜드에 관한 모든 의사 결정은 차별화된 인식을 기반으로 한 것인가?

8. 매출 증대를 위해 브랜드의 정체성과 무관한 활동을 한 적이 있는가?

9. 브랜드와 관련된 의사 결정 구조는 단순하며 일관성 있는가?

10. 조직 구성원 전체가 브랜드의 개념과 정체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브랜드는 사람, DNA가 없는 것은 브랜드가 아니다

브랜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 저자는 우선 ‘브랜드’와 ‘제품’을 구분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생산된 서비스나 그 무엇이 제품이라면 그 무엇에 대해 소비자가 갖고 있는 인식이 바로 브랜드다. 저자는 브랜드의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사람을 키우는 일과 같다’고 설명한다. 사람을 제대로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제대로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브랜딩이라고 이해하면 많은 문제들이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하나의 ‘멋진’ 인격체를 만드는 일에 비유할 수 있고, 각자의 브랜드들은 이 ‘좋은’과 ‘멋진’의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구체적인 형용사를 정의하면 된다. 그리고 그 형용사의 방향으로 모든 활동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점점 더 세분화, 개인화해 가는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하면 ‘팔방미인형 인간보다는 구체적인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DNA’를 장착하라고 강조한다. 고전적 마케팅에서 브랜드 이미지, 브랜드 콘셉트, 포지셔닝 등으로 표현했던 것을 저자는 ‘브랜드의 실체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DNA라고 표현했다. 소비자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의미’가 되는 브랜드와 관계를 맺게 되고, 그 의미가 되기 위한 실체가 브랜드의 DNA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DNA를 갖는다는 것은 소비자나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내 삶에 그 브랜드를 끌어들일 이유’가 된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다변화하고, 이에 따라 삶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점점 촘촘하게 나누어진다. 그러다 보니 ‘이유’라는 것 역시 구체적이거나 대체 불가의 것이 되어야 ‘내 삶’과 ‘그 브랜드’를 연결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 본문에서

현장에서 끌어올린 31가지의 질문과 해답

책은 챕터의 구분 없이 31개의 메시지로 정리되어 있다. 각각의 글은 질문과 답의 형식을 취했는데 여러 분야의 담당자들이 마케팅 일선에서 느꼈던 어려움을 저자에게 질문했던 내용들이다. 독자들은 매우 구체적인 내용의 질문과 답변을 토대로 ‘나의 질문’을 적용시켜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전 책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에서처럼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기존의 브랜딩 책들에서 다루지 않았으면서 글의 주제에 들어맞는 적절한 사례를 찾아내기 위해 오랜 시간 고심을 했다고 한다. 다만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브랜딩의 순기능을 발휘한 ‘한 시점’의 이야기이며 미래가 아닌 과거의 이야기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사례를 답습할 것이 아니라 사례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구체적인 방향성이나 실행 아이디어를 흉내내는 것은 이미 노출된 전략을 써먹는 격이니 시장에서 통할 가능성이 낮다. 그 사례가 시사하는 바를 제대로 짚어내는 것이 현명한 브랜드 운영자의 능력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브랜드가 처한 상황에 맞게 소화하여 적용해야 한다. - 본문에서

 

사진 = 몽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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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상황보다도 더 브랜딩과는 거리가 먼 일들을 하면서 스스로를 브랜드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제품과 브랜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판매 촉진 활동과 브랜딩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잘 모르면서 브랜드, 브랜딩, 마케팅 등의 용어를 마구 쓴다. 이런 경우에 무엇이 문제일까?
--- p.21, 「당신의 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닐 수 있다」중에서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하나의 ‘멋진’ 인격체를 만드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과 ‘멋진’의 자리에 들어갈 자신만의 구체적인 형용사를 정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형용사가 목표로 하는 바가 달성될 수 있도록 모든 활동을 한 방향으로 집중하면 된다.
--- p.30, 「브랜드는 사람이다」중에서

브랜드가 DNA를 갖는다는 것은 소비자나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내 삶에 그 브랜드를 끌어들일 이유’가 된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다변화하고, 이에 따라 삶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점점 촘촘하게 나누어진다. 그러다 보니 ‘이유’라는 것 역시 구체적이거나 대체 불가의 것이 되어야 ‘내 삶’과 ‘그 브랜드’를 연결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 p.38, 「DNA가 없는 것은 브랜드가 아니다」중에서

그보다는 자신의 브랜드가 소비자나 고객의 삶 속에서 어떤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내가 이렇게 잘났다.’고 말하기보다 ‘당신의 삶 속에서 나는 이런 의미가 된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 p.62, 「만든 사람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라」중에서

실제로 현업에서도 이런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광고 전문가라고 선정해 놓고는 결국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수차례의 수정을 거쳐가며 만들어낸다. 고용된 ‘광고 대행사’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마지못해 그렇게 ‘대행’하는 역할을 한다.
--- p.103, 「광고 대행사와 일하지 말라」중에서

광고주들은 주로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문구를 선호한다. 특히 브랜드 창업자들은 ‘~의 명가’, ‘명품 ~’, ‘~년 전통의’, ‘장인 정신이 만든 ~’과 같은 슬로건을 원한다. 이런 것은 카피도 아니고 슬로건도 아니다. 생산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 p.113, 「카피는 글이 아니다(1)」중에서

하지만 이전에는 저관여군으로 분류되던 제품이나 서비스라 하더라도 이제는 카피의 힘만으로 브랜드를 성공시키는 일은 힘들어지고 있다. 일단 관심을 갖고 기억해야 할 브랜드의 숫자가 너무나 많고, 그들이 배출하는 메시지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 p.117, 「카피는 글이 아니다(2)」중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애플의 ‘Think Different’ 광고를 만들어낸 세계적 크리에이터 리 클라우Lee Clow도 자신의 광고 철학을 한 마디로 ‘Disruption(분열, 붕괴)’이라고 천명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을 ‘무너뜨려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 p.125, 「반대쪽에 답이 있다」중에서

내부 조직원의 동기 부여를 위해서는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다. 임금 수준, 근무 조건, 사무실의 위치, 사소한 직원 복지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만족스럽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을 만드는 사람이다.’라는 명찰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 p.145, 「브랜딩만큼 강력한 모티베이션은 없다」중에서

일단 ‘내가 모든 문제를 알고 있다.’라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제품이나 아이디어가 틀렸을 수도 있다.’라는 지점에서부터 출발하자. 기상 캐스터가 오늘의 날씨를 이성적 태도로 바라보듯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큰 그림을 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면 잘못된 문제를 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보길 바란다.
--- p.162, 「모르는 것이 문제다」중에서

도전자의 전략은 그 자체가 뉴스가 되어야 한다. 그 자체가 뉴스가 된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는 뜻이고, 실제로 뉴스가 되어 확산될 수 있다면 가용 예산의 몇 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적은 예산으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 p.184, 「도전자여, 뉴스를 만들어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PPL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속셈이 다 드러난 수법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적은 PPL 비용으로 그야말로 단역으로 출연하게 되는 브랜드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콘텐츠 흐름을 방해하는 빌런의 역할을 해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 p.193, 「PPL은 효과가 있을까」중에서

이처럼 브랜드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제품을 전시하고 장점을 체험하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 고객들이 방문할 충분한 이유를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나 철학, 비전 등을 체감하도록 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접점을 만들 때에는 브랜드의 가치가 방문자에게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 p.244, 「경험을 디자인하라」중에서

“우주에 흔적을 남기겠다.”던 올버즈도 성공의 길에 들어섰다고 ‘착각’한 많은 브랜드가 해왔던 시행착오를 피해 가지 못했다. 올버즈의 상황을 되돌아보면 그들이 ‘승자의 환상’을 가지는 것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었다.
--- p.263, 「흔적은 넓히면 사라진다」중에서

1997년 ‘Think Different’라는 핵심 가치를 만들어 새롭게 출발한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2022년 인터브랜드 발표 기준 4,800억 달러가 넘는다. 당신의 브랜드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래서 당신의 브랜드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 p.274, 「당신의 브랜드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중에서

 

 

<저자 : 이근상>

30년간 수많은 히트 광고 캠페인을 이끌어온 혁신의 아이콘이자 소상공인, 브랜드 마케터들의 필독서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 저자이다.
광고 기획자로 광고계에 입문했다. 국내 최고의 독립 광고 회사로 평가받던 웰콤에서 캠페인 디렉터로 일하며 라면에서 자동차까지 수많은 브랜드의 광고 캠페인을 기획하고 제작, 집행했다. 웰콤 부사장으로 퇴사하기 전까지 경쟁 프레젠테이션 20연승 무패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03년 웰콤을 떠나 자신의 이름을 딴 KS’IDEA라는 아이디어 회사를 만들어 아우디, 한국타이어, 몽벨, 프로스펙스, 콜럼비아 등을 위한 광고 캠페인을 비롯해 LG U+, NH투자증권, DGB 금융그룹 브랜드 컨설팅과 캠페인 등 다양한 브랜드의 문제 해결과 성장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작은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을 위한 컨설팅 활동에 집중하며 올프레시, 피크, 스포어 코리아, 힘난다 버거, 바다숲 등 아직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위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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