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 자투리라 버림받았던 것에서 새로운 가치 발견
-공유플랫폼 '에어비앤비' ·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 등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사업들

저성장시대를 맞아 버려진 것들, 작은 것들의 소중함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새것이 곧 좋은 것이라는 시대가 무너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언제 끝날지도 모를 저성장 시대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간신히 대한민국이 다시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고 침체한 내수 시장을 독려한다 한들 지난날의 고성장시대가 올 것은 요원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돌파구를 그동안 버려졌던 자투리, 헌 것, 있던 것에서 찾는 이들이 등장했다. 새로운 가치로 등장한 자투리에 주목해 보자.<편집자주>

● IT기술로 힘을 받은 공유경제와 중고거래

몇 년 전부터 작가 A씨는 취재 활동으로 자주 비어있는 이태원의 집을 공유경제인 에어비앤비 숙소로 제공해 수입을 얻고 있다. 주택의 유리한 위치로 인해 이제 에어비앤비는 A씨의 불규칙한 수입을 보완해주는 주요 창구가 됐다.
 
필요에 의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서로 나누는 공유경제 서비스는 유독 국내에서 저항이 심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공유승차서비스 우버의 국내 서비스 종료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럼에도 공유경제 사업은 계속하여 시도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승차공유서비스 ‘타다’ 역시 70대 개인택시 기사의 분신, 대규모 집회 등 택시업계의 거센 반대를 겪고 있지만, 서비스 시작 7개월여 만에 회원 60만 명을 넘어섰다. 

과소비를 줄이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자는 인식에서 시작한 공유경제의 기본 가치가 자투리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으려는 최근의 움직임과 맞닿아 있기 때문임을 가늠케 한다. 더욱이 스마트폰 등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공유경제 활성화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에 따르면 전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8억5000만달러(약 9848억)에서 2015년에는 150억달러(약 17조550억원)로 성장했다.

삽화=자투리경제 송지수 SNS 에디터

 

(표 출처, KB 지식 비타민 : 공유경제의 확산에 따른 기업의 대응과 최근 주요 논란) 
(표 출처, KB 지식 비타민 : 공유경제의 확산에 따른 기업의 대응과 최근 주요 논란) 

 

또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동네 기반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은 벼룩시장, 교차로, 중고나라 등 무가지나 인터넷 카페 등으로 가능했던 중고물품 거래를 좀 더 편리하게 스마트폰으로 확장한 사업이다. 앱에서 등록한 누구나 활동지역을 설정하여 구매를 원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중고물품을 팔 수 있다. 당근마켓 이용자인 주부 B씨는 “집안의 중고물품을 판다고 해서 큰돈이 되진 않아요. 하지만 그냥 버리게 되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 의해 다시 소중히 사용되면 환경에도 좋고, 돈 만 원이라도 살림에 보탤 수 있어 좋아요. 가까운 지역에서 거래하니 믿고 직거래하기도 편리하고, 무료 나눔 하는 분도 많아서 실속 있어요.”라고 전했다. 

● 경제적 만족도와 감성적 만족도까지…땅콩집과 한지붕세대공감사업

최근 자투리의 가치로 가장 이슈가 된 것은 단연 땅콩집(duplex house)이다. 땅콩집은 두 채의 집을 유사한 구조로 한 필지에 지어 하나의 마당을 공유하는 형태다. 주택문제가 심각한 도심에서 자투리땅을 이용해 비교적 짧은 시공 기간과 비용으로 내 집을, 그것도 마당이 딸린 전원주택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은 놓치기 힘든 이점이다. 땅콩집의 경우 보통 동일면적의 아파트 구매 비용보다 약 20%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땅콩집이 크게 늘면서 단점도 드러났다. 두 주택이 붙어있으니 일조권,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생겼고, 무엇보다 토지 소유권 문제가 생겨났다. 땅콩집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체계가 아직 미흡하다. 그러나 땅콩집을 통해 공동육아를 실현하거나 친목이 더욱 강화된 경우도 많다. 적은 난방비, 다락방까지 갖춘 공간 효율 등 뒤돌아보게 하는 매력으로 자투리땅을 이용한 땅콩집의 인기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터 출처: 청년주거포털 http://housing.seoul.kr/youth-housing/one-house)
(포스터 출처: 청년주거포털 http://housing.seoul.kr/youth-housing/one-house)

 

땅콩집이 자투리땅을 이용해 이웃과 공생하는 형태라면, 한발 더 나아가 한 집의 자투리 방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함께 사는 형태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바로 한지붕세대공감 사업이다.

한지붕세대공감은 대학가에 본인의 집을 가지고 홀로 거주하고 계신 어르신이 인근 대학에 다니는 학생에게 보증금 없이 시세 50% 정도의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자투리방을 내어주는 홈셰어링 프로그램이다. 몸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방에 매달 40~5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하는 대학생들의 주택난을 해결하고,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어르신의 고독사와 외로움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방법이다. 서울시(☎02-120)나 각 지역구청을 통해 신청할 수 있는데, 신청한 어르신에게는 방 1실마다 100만원 이내의 환경개선 공사까지 제공된다. 

한지붕세대공감 이용자인 대학생 C씨는 “처음에는 어르신과 함께 사는 게 어렵진 않을까 했는데, 반찬 한 가지라도 챙겨주시며 늘 친손녀처럼 대해 주세요. 저도 집에 오면 자연스럽게 빨래 개는 것도 도와드리고 핸드폰 사용법도 알려드리며 정이 많이 쌓였어요. 도리어 어르신 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경제적인 면 하나만 봐도 대학생들에게 정말 절실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울 정도예요”라고 전했다. 이처럼 한지붕세대공감은 이용자가 지인에게 추천하며 대학생들 사이에 점차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실제로 함께 거주 중인 대학생이 목욕탕에 쓰러져 있는 어르신을 응급실에 옮겨 큰 사고를 막은 사례 등이 퍼지며 홀로 계신 어르신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자투리방의 이용은 경제적인 효과 그 이상의 가치를 발현하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더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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