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기준금리를 현재 3.5% 수준에서 9연속 동결한뒤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며, 5월 경제전망 발표 후에야 판단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것은 물가와 가계부채, 부동산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리인하는 언제쯤 이뤄질까.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섰다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 보다는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힌 만큼 금리 인하 시기는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우선 물가가 당초 목표보다 높고,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여러 요인 등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가 사그라들고 있는 불씨를 되살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한은이 걱정하고 있는 만큼 그 시기는 아무리 일러야 7월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앞으로 물가가 한은의 전망대로 둔화될지에 대한 불확실성 커 금리인하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의 공급 측 리스크가 상존하는데다 높은 생활물가가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을 제한하고 있어 향후 인플레이션 둔화과정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특이 우려하는 부분은 부동산이다. 금리 정책을 잘못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을 다시 올리는 그런 일은 두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지난 10여년 동안 투자자금은 부가가치 창출이 적은 부동산 쪽으로 다 몰렸다”면서 “이 때문에 주택‧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고, 이는 언젠가는 고쳐져야 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여전하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이 4조 9000억 원 상당 늘면서 역대 2번째 증가 폭을 보이는 등 가계부채가 10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총재는 “2월 전망이 미세한 점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희가 (지난해) 11월 전망한 것과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상반기 내에 금리 인하를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반기가 지나서 어떻게 될 건지는 데이터를 봐야 하기 때문에 5월에 저희가 다시 경제전망을 할 때 숫자를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5월 전망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준도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2%포인트(p)나 낮은 한은이 조기 인하에 나설 명분도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당국자들은 올해 처음으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21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1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둔화하기 전까지는 현재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회의록은 대부분의 참가자는 통화정책 기조 완화를 위해 너무 빨리 움직이는(moving too quickly)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6월에 금리를 낮추면 한은도 7월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7·8월 중 한 번, 10·11월 중 한 번, 이렇게 연내 두 차례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분기 이후 수출 증가율 둔화가 예상되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조정에 따른 건설 부문 부진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도 7월부터는 금리를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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