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 재활용(순환경제, 자원순환, 중고활성화 등)
- [자투리 재활용 'UP' 현장]

 

고물가·고환율·고금리·저성장 시대를 맞아 '자투리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쓰고남은 작은 천조각인 자투리는 그동안 버려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디자이너의 손길과 제품 재구성을 통해 뛰어난 제품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성장 일변도의 사회에서는 대량생산과 소비가 미덕으로 여겨졌으나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에 생산된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자원순환 및 순환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하나뿐인 지구와의 공존과 공영을 위해서라도 재활용과 새활용(Upcycling) 트렌드는 이제 우리경제의 근간이 돼야 한다. 자원의 가치와 소중함을 제대로 알고 이를 활용하는 생활과 습관도 일상화돼야 한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은 작은 자투리 공간에 따뜻한 손길을 더하면 소중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모한다. 작은 정보와 지식도 나누고 활용하면 큰 정보와 지식이 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와 정보들 중에서 잘 살펴보면 유익한 것들이 많다. 새 것만을 찾기보다는 있는 정보와 제도의 혜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투리경제는 창간 9주년을 맞아 [자투리의 가치…자원·정보 재활용에 주목]이란 주제의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 바다에 버려진 병 조각으로 만든 예쁜 목걸이


지난해 11월4일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문화광장에서 '재활용 나눔 자원순환' 축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아나바다 물품을 교환하고, 자원순환 관련 다양한 체험을 해보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물물교환을 희망하는 구민 66개팀이 참여해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옷 등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들을 가지고 나와 판매를 했다. 또 '청바지 팔찌 만들기' '바다유리 목걸이 만들기' '화장지 휴지심 오너먼트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진행됐다.

'바다유리 목걸이 만들기' 코너에서는 바닷가에 버려진 유리조각을 이용해 목걸이를 만들 수 있었다. 목걸이 만들기에 사용된 유리조각은 바다에 버려진 병 조각 등이다. 바닷가에 버려진뒤 모서리 등 깨진 부분이 파도와 모래에 자연스럽게 마모된 것들이다.

노랑, 파랑, 갈색, 연두색 등 깨진 유리병의 색깔이 다양하듯 색깔과 모양도 모두 달랐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유리조각을 잘 굽어지는 철사로 여러번 둘러서 묶어준뒤 목에 걸 수 있는 끈을 연결시켜주면 된다.
노랑, 파랑, 갈색, 연두색 등 깨진 유리병의 색깔이 다양하듯 색깔과 모양도 모두 달랐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유리조각을 잘 굽어지는 철사로 여러번 둘러서 묶어준뒤 목에 걸 수 있는 끈을 연결시켜주면 된다.

 


■ 태우고 묻었던 폐원단, 차량 흡음재 등으로 재활용


그동안 태우고 묻었던 폐원단이 차량 흡음재 등으로 재활용된다. 

환경부는 지난 1월 16일 성동구청에서 서울시 종로구·성동구·동대문구, 한국섬유자원순환협회와 공장 등에서 발생한 폐원단 조각의 재활용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폐원단 등은 종량제봉투에 담겨 소각·매립하거나 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 등에서 열원으로 사용했으나 앞으로는 재질별로 분리배출, 선별해 차량 흡음제 등으로 재활용하게 된다.

3개 자치구는 전용 수거봉투(마대)에 폐원단 조각이 재질별로 분리배출되도록 현장 지원하고, 수집·운반 및 재활용될 수 있도록 처리 비용 등을 보조할 예정이다. 종로구는 등록된 의류제조업체 1800여곳에 대해 봉제협회와 협의해 참여를 권고키로 했다.

섬유자원순환협회는 폐원단 조각의 원활한 분리배출 및 수거를 위해 전용봉투를 공급하고 재질별 선별을 통한 원료 수급 및 흡음제·펠릿 등 재활용 제품 생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조현수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폐섬유는 기본적으로 재질별 선별이 어렵지만 고품질 재활용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자원”이라며 “분리배출과 선별 체계가 구축되면 물질재활용 체계로의 획기적 전환이 가능하기에 선별·재활용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전자폐기물에서 구리 캔다


노트북, 휴대폰 부품부터 산업용 리액터 조작기까지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들어있는 인쇄회로기판(Printed Circuit Board·PCB)에 들어 있는 구리도 재활용된다.

비철(非鐵)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은 구리 등을 함유한 인쇄회로기판 잘게 부숴 선별하는 작업을 통해 한해 3만t의 구리를 생산한다.

생산된 구리는 상태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데, 불량 없이 깨끗한 A급 구리는 이차전지용 핵심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자회사 케이잼(KZAM)이나 전선업체에 납품한다. 

강성호 융합혁신팀 책임은 “동박은 전자제품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원재료인 데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내년 상반기까지 온산공장 내에 동제련소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나뭇잎·나뭇가지·나무껍질·솔방울이 책상과 의자로 탄생


나뭇잎, 나뭇가지, 나무껍질, 솔방울, 씨앗, 흙 등을 활용해 책상과 의자를 만들 수 있다. 거리, 공원, 정원 등 가지치기한 나뭇가지도, 목공소에서 나온 목재 부산물도 재료가 될 수 있다.

디자이너 유마 카노(Yuma Kano)가 선보인 새로운 소재 '포레스트 뱅크(ForestBank)'를 활용하면 다양한 형태와 색감의 가구를 만들 수 있다. 숲이나 가로수, 공원, 정원 등에서 떨어진 나무 부산물을 수거해 사용하는 것으로, 산림 벌채 뿐만 아니라 식물 바이오매스를 소각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

포레스트 뱅크는 나무 부산물과 재료들을 모아 수성 아크릴 레진(Water-based Acrylic Resin)인  제스모나이트(Jesmonite)를 혼합해서 만들어진다. 제스모나이트는 영국에서 개발된 친환경 신소재로 공예·액세서리·예술품·건축 내외장재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재료를 틀에 채운뒤 수성 아크릴 레진인 제스모나이트를 이용해 굳혀 단단한 소재를 만든다. 이 때 부산물을 가져온 장소나 계절 등에 따라 재질과 색감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장점이 있다.

일본의 유마 카노 스튜디오는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나무껍질·씨앗 등과 같은 나무 부산물은 물론 목공방의 남은 나뭇조각을 활용한 ‘포리스트  뱅크(Forest Bank)’라는 소재를 개발했다.  리노베이션을 거쳐 ‘굿사이클 빌딩 001’로 탄생한 아사누마 기업의 나고야 지점을 위해 ‘포레스트뱅크’를 상판으로 한 탁자들을 제작했다. 히다 지방의 숲, 나라 지방의 요시노 삼나무를 비롯해 건설 현장에서 나온 폐자재와 가구 공정 부산물이 포레스트뱅크 탁자의 재료가 됐다. 유마 카노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유마 카노 스튜디오는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나무껍질·씨앗 등과 같은 나무 부산물은 물론 목공방의 남은 나뭇조각을 활용한 ‘포리스트  뱅크(Forest Bank)’라는 소재를 개발했다.  리노베이션을 거쳐 ‘굿사이클 빌딩 001’로 탄생한 아사누마 기업의 나고야 지점을 위해 ‘포레스트뱅크’를 상판으로 한 탁자들을 제작했다. 히다 지방의 숲, 나라 지방의 요시노 삼나무를 비롯해 건설 현장에서 나온 폐자재와 가구 공정 부산물이 포레스트뱅크 탁자의 재료가 됐다. 유마 카노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처

■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해 순환경제의 새 패러다임 만들겠다


생태계가 더이상 파괴되는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플라스틱이 100%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세계 최초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전진기지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가 최첨단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선보입니다"

'친환경 경영' 전도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화학적 재활용'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울산 ARC 프로젝트는 역사상 가장 계획적이고 전략적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의 사업과는 전혀 다른 도전이다. 폐플라스틱이 소중한 자원으로 재탄생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14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울산포럼’에서 "친환경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투자를 이어 나가겠다"며 화학적 재활용은 급증하는 쓰레기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물리적 재활용이 투명 페트(PET)병 등 제한된 쓰레기만 잘게 쪼개는 방식으로 재활용하는 것이었다면, 화학적 재활용은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다. 플라스틱의 오염도·색상과 상관없이 폐플라스틱 대부분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물리적 재활용의 한계를 극복한 고난이도 기술로 평가된다.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분해해 나프타, 열분해유 등 원료를 회수하기 때문에 품질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재활용 횟수에도 제한이 없어 관련 시설은 이른바 '도시 유전(油田)'으로도 불린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은 '울산ARC'를 오는 2025년 완공할 계획이다. 울산ARC에서는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인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을 한 곳에서 구현하게 된다.  규모는 21만5000㎡(국제 규격 축구장 7350㎡의 29배)로 사업비는 1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PCT 더스틴 올슨 최고경영자(CEO)가 초고순도 재생 폴리프로필렌을 뽑아내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에 투입될 폐플라스틱의 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PCT는 용제를 활용해 폐플라스틱에서 오염물질과 냄새, 색을 제거한 초고순도 재생 폴리프로필렌을 뽑아내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 보유기업이다. SK지오센트릭과 PCT는 지난해 10월 합작법인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 위. 사진=SK지오센트릭.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진행된 양사 기술 협의에 참여한 SK지오센트릭과 PCT 엔지니어 및 연구진들. 사진 아래. 사진=SK지오센트릭
PCT 더스틴 올슨 최고경영자(CEO)가 초고순도 재생 폴리프로필렌을 뽑아내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에 투입될 폐플라스틱의 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PCT는 용제를 활용해 폐플라스틱에서 오염물질과 냄새, 색을 제거한 초고순도 재생 폴리프로필렌을 뽑아내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 보유기업이다. SK지오센트릭과 PCT는 지난해 10월 합작법인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 위. 사진=SK지오센트릭.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진행된 양사 기술 협의에 참여한 SK지오센트릭과 PCT 엔지니어 및 연구진들. 사진 아래. 사진=SK지오센트릭

■ 못난이 제품 판매·부산물 재활용…'푸드 업사이클링'


# 백종원 더 본코리아 대표는 한 방송을 통해 ‘ 못난이 왕고구마’ 300t을 완판시켰다. 편의점 GS25는 이번 수해로 피해가 큰 경북도와 충청도 지역의 과일을 매입해 판매하고, GS더프레시 역시 못난이 채소류를 매입해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못난이 농산물을 새로운 유통망으로 공급)

#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비 건 전용 화장품 ‘비프루브 리얼캐롯’ 시리즈는 제주 제주시 구좌읍에서 생산돼 폐기되던 못난이 당근을 업사이클링해 만들었다.(버려지던 농산물에 신기술을 더해 새 상품으로 개발)

# 일본 도쿄 가구라자카 지역에 있는 ‘밤의 빵집’은 일주일에 3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만 운영된다. 이 빵집은 빵을 직접 굽지 않고 다른 빵집들의 남은 빵을 저렴하게 구입해 밤에만 판매한다. (폐기전 제품 재활용)

자칫 폐기물로 버려질 수 있는 농산물이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을 통해 재탄생하고 있다.

미스피츠(Misfits)란 맛은 좋은데도 유통업체의 미적 기준에 부적격하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비정형의 '못난이' 과일이다. 외관에 흠집이 있거나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지 않지만 모양이 제대로 된 정형 형태의 과일과 맛 차이가 없다. 가격 또한 저렴하다.

 

롯데마트는 맛과 영양은 차이가 없지만 크기가 작거나 외관에 흠이 있는 사과와 참외, 자두 등 ‘못난이’ 상생 과일을 최대 30% 할인해 팔고 있다.  홈플러스는 호우 피해가 큰 강원도 지역의 오이와 고추를 ‘ 맛난이 농산물’로 이름지어서 판매하고 있다.

버려지던 농산물에 신기술을 접목시켜 새 상품으로 개발하기도 한다.

스타트업 ‘코코베리’는 딸기 농사 중 버려지는 식물의 줄기에서 항산화 성분을 추출해 스킨 제품을 만들고 있다. 비 건 전용 화장품 ‘비프루브 리얼캐롯’ 시리즈는 제주 제주시 구좌읍에서 생산돼 폐기되던 못난이 당근을 업사이클링해 만들었다.


■ 군용 텐트를 재활용한 패션 브랜드


군용 텐트만큼 질기고 튼튼한 재료가 또 있을까?

카네이테이는 실제 전쟁에 쓰이는 군용 텐트를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브랜드다.

2차 대전 당시 미군이 쓰던 텐트로 가방과 옷을 제작했다. 1945년이 찍혀 있는 텐트도 있다. 빈티지 느낌을 살린 게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정말 오래 사용한 빈티지 원단인 셈이다. 2015년 동두천의 미군 텐트를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라 '카네이테이'는 탄생하게 됐다.

원래 업사이클링 제품은 재활용 원단을 사용해 가격이 저렴할 것 같지만 제품의 세척, 가공 후 공임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이 높아진다. 일종의 '명품'인 셈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추구해 텐트에 구멍이 나고, 얼룩이나 스크래치가 있어도 그 자체가 유일무이한 까닭에 그대로 활용한다. 심지어 녹슬거나 상처가 있어도 그대로 가공해 제작한다.

카네이테이의 리사이클링 제품들은 연예인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이광수, 김유정, 슬리피, 박한별, 가인 등이 착용하면서 대중들에게 눈길을 끌었다.

업사이클 시장이 점점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카네이테이는 온라인몰 매출이 매년 두 배 이상 급상승하고 있다. 아마존 등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카네이테이'를 꿈꾸고 있다.

사진=카네이테이
사진=카네이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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