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배, 귤 등 과일값이 물가 상승의 주범이 되고 있다.
지난달 사과와 귤 등 신선과실 가격이 1년 전보다 41.2% 이상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가 3.1% 올랐다. 2%대로 내려간지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신선과실 가격 상승폭은 1991년 9월 이후 32년5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귤은 지난달 78.1%, 사과는 71.0% 상승했고 같은 기간 배(61.1%)와 딸기(23.3%) 가격도 크게 올랐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업계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압박하고 있지만 한번 오른 물가는 쉽게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일값 폭등세는 지난해 병충해와 냉해, 장마, 폭염 등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과일값 급등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과의 경우 물량이 없는데다 검역 문제로 수입되지 않기 때문에 다음 수확 철까지는 높은 가격이 유지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오는 7월, 사과 가운데 가장 빨리 출시되는 아오리 사과가 나온 다음에야 가격이 어느정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참외 같은 다른 과일이 나와야 사과, 배 수요가 떨어지고 가격이 조절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과일값 급등세를 잡기 위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오렌지, 바나나 등 주요 과일을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에 시중에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올초 오렌지, 바나나 등 수입 과일의 관세를 낮췄지만 과일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수입 과일 공급 확대 정책이 효과를 낼 지 미지수다.
국제 유가 상승도 물가 불안에 일조하고 있다. 1월 5% 하락했던 석유류 가격이 지난달 1.5% 내리는데 그치며 하락폭을 축소한 것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여기에 전기, 가스, 수도 요금도 5%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지난달 물가는)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면서도 “농산물 등 생활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물가 둔화 흐름은 매끄럽기보다 울퉁불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