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현성환 Article Curator]

율리우스력 1642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오늘날 우리가 쓰는 달력인 그레고리력으로는 1643년 1월 4일), 잉글랜드 런던으로부터 150킬로 떨어져있는 동부의 링컨셔(Lincolnshire)주(州) 울즈소프(Woolsthorpe)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아기가 있었습니다. 이 아기의 아빠였던 농부는 아들이 태어나기 전 3개월 전에 사망하여 이 아기는 유복자이자 미숙아로 태어났습니다.

그 땐 인큐베이터가 없었으니까 몸집도 작고 성장도 더뎠다고 합니다. 이 아이의 엄마는 아이 나이로 3살 때 재혼을 하여 어릴 때 외갓집에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의붓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아이는 결혼을 하지 못하고 평생 싱글로 살아가게 됩니다.

 1661년 6월 이 아이는 선생님의 제안으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하게 되어 수학자 아이작 배로(Isaac Barrow, 1603-1677)를 스승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르네 데카르트의 자연관,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천문학 등을 공부하며 1665년 이항정리를 일반화하였습니다.

 인류 최초의 팬데믹(pandemic : 세계적 대유행)이라고 할 수 있는 흑사병(=페스트)이 유럽에 엄습해왔던 1664~1666년 영국 런던에도 페스트가 크게 유행하자 재학 중이던 케임브릿지 대학교도 휴교령이 내려져 이 아이는 공포에 휩싸인 나머지 고향으로 내려와 사색과 연구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학 재학 중일 때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제시한 중력이 지구중심방향으로 당기는 힘이 맞는다면 하늘에 떠있는 달도 지구로 끌려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었다고 합니다. 또한 데카르트가 제시한 기계론적 우주관에 대해 지속적인 의심을 해오면서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대한 수학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사과나무가 많은 고향마을에서 많은 사색을 했다고 합니다.

사과나무의 사과가 땅에 떨어질 수도 있는데 하늘의 달은 지구로 끌려오지 않는 이유에 대한 수학적 증명에 대해 고민한 결과 그 해결책을 프린키피아라는 책 3권에서 제시했습니다. 요하네스 케플러가 발견한 케플러 제 3 법칙과 등속 원운동에서 중심방향을 향하는 구심력이 같다는 전제로부터 우주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당기는 힘이 작용한다는 만유인력(萬有引力 : 온 천지에 있는 끌어당기는 힘, universal force)의 법칙을 발견하게 됩니다. ¹) 

흑사병으로 인해 고립되고 흑사병에 대한 불안함과 공포 속에서 찾아낸 위대한 발견입니다. 이 사람이 바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입니다.

 우리는 아이작 뉴턴이라고 하면 고향마을의 사과나무 아래에서 가만히 앉아있는데 사과나무로부터 갑자기 사과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과학의 역사(科學史 : History of Sciences)를 통틀어 이런 식의 우연한 발견이라는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이는 물리학에서 많이 알려진 뻥(순화어로는 전설이라고 해야겠죠) 중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뉴턴의 고향 마을에 사과나무가 많았고, 뉴턴의 고향집 앞마당에 있던 사과나무의 가지는 잘라서 영국 이스트 몰링 과일 연구소로 보내졌고 가지를 다른 사과나무에 접목해서 자란 나무(2대 사과나무)는 영국이 미국 펜실베니아 역사 편찬 위원회로 보내졌고 후에 미국 국립 표준기술연구소로 다시 이동하게 됐습니다. 이 나무의 가지를 잘라서 다른 사과나무에 접목해서 자란 사과나무(3대 사과나무)를 미국이 1980년 4월 9일 우리나라 대전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앞마당(사과나무 접목을 이식한 이 위치가 우리나라의 중력가속도 표준위치)에 이식하여 자라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뉴턴의 사과나무가 자란다고 하는 것도 과학 역사의 한 줄이 되었죠. 더 놀라운 일은 뉴턴의 집 앞마당에 있던 사과나무는 뉴턴이 살아있을 때에 이미 베어내서 나무 벤치 의자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 정착하게 된 3대 사과나무를 다시 접목한 4대 사과나무가 KAIST, 대전과학고 등에서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사과나무. 출처=한국표준과학연구원 홈페이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사과나무. 출처=한국표준과학연구원 홈페이지

 뉴턴이 고향마을로 내려오게 만들었던 페스트는 인류 역사상 가장 공포스러웠던 대표적 질병입니다. 1347년 처음 발현되기 시작한 흑사병은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7500만 명에서 2억 명 정도까지 사망에 이르게 한 질병입니다. 흑사병이라는 단어도 1883년에 와서 피부가 혈소 침전으로 인해 검게 변하면서 급기야 죽게 되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전 세계는 수세기동안 흑사병의 의한 인명피해가 막대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340년대 10여 년 동안 2500만 명 정도(이 당시의 유럽인구의 약 30%에 해당함)가 사망에 이를 만큼 공포스러운 질병이었습니다. 흑사병이 심했던 시기와 장소를 연결하여 1665~1666년 런던 대흑사병, 1679년 베니스 대흑사병, 1629~1631년 이탈리아 흑사병 등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몽골제국의 지배를 받던 기간인 13세기 후반에는 인구가 약 1억 2000만 명이었던 중국에서만 6000만 명이 희생되어 인구가 6000만 명으로 급감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흑사병이 비단길을 타고 유럽 원정을 나갔던 몽골군들을 통해 유럽에 급속도로 전파되었던 팬데믹의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수세기동안 흑사병은 전 세계 공통의 치명적인 질병이었지만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인류가 겪은 가장 속수무책의 질병으로 전 세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뉴턴도 런던 대흑사병 기간 동안 연구 활동이 위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향마을에 내려와 있던 2년 동안 많은 연구결과들을 얻게 되었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3권에 나눠 오늘날 우리가 프린키피아(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²)로 줄여서 부르는 책을 1687년에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책에 대해 주석을 하지만 그 어디에도 만유인력의 법칙을 사과나무아래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발견했다고 하는 설명은 없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천재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던 뉴턴의 위대한 발견이 우연적으로 얻게 된 것으로 막연히 받아들이는 어리석음과 이로부터 뉴턴은 더 대단한 과학자로 인식하게 되는 추가적인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페스트균의 형광 사진
페스트균의 형광 사진

 우리가 겪는 코로나19는 수세기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던 흑사병만큼의 질병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코로나19가 흑사병처럼 속수무책의 바이러스 또는 질병으로 역사에 기록이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뉴턴이 느꼈던 흑사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은 크다고 생각됩니다. 뉴턴이 흑사병으로 피해 고향마을에 내려와 있었던 기간에 대해 뉴턴은 "발견에 있어서 전성기를 이루었다"고 기록했습니다. 뉴턴이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위축되어 있었을 그 시기를 무한히 자유롭게 주어진 사색의 시간과 거침없는 연구 활동의 시기로 다시 런던으로 되돌아갈 시간들을 준비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발생된 지금의 팬데믹 시기 ³)를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다시 뛰어오를 수 있는 웅크림의 시기로 만들고 있는지 돌아봐야한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일상들이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노력과 의지의 결과로 얻어지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인식으로 나로부터 시작하여 서로를 지켜주며 준비하는 시간으로 채워지길 기대해봅니다. 또한 대구, 경북 등지와 우리나라에 있는 의사, 간호사, 행정을 맡으신 사투를 벌이는 모든 분들과 더 넓게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와 자신과 환자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의 숭고한 투쟁에 감사를 보냅니다. 우리가 싸워 이길 상대는 사람이 아닌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점을 잊지 말고 이겨서 살아냅시다. 

¹)

만유인력의 법칙
만유인력의 법칙

²) 프린키피아 3권에는 각각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들어있습니다.

제 1 권 : 마찰이 없는 경우의 물체의 운동에 대한 기술. 기하학을 바탕으로 미적분의 개념을 이용한 물체의 운동을 수학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또한 오늘날 케플러 제 2 법칙에 해당하는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이 증명되어 있습니다. 이 법칙과 구심력과의 관계에 대해 기술되어 있습니다.

제 2 권 : 마찰 및 저항이 있는 경우의 물체의 운동에 대한 기술. 공기 저항력이 물체의 속력에 비례하는 경우와 속력의 제곱에 비례하는 경우를 각각 수학적으로 다루었고, 유체(流體 ,fluid)에 대한 역학적 해석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공기저항이 있는 진자의 운동을 실험과 함께 수학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제 3 권 : 중력과 태양계 운동에 대한 기술. 오늘날 만유인력의 법칙과 더불어 달과의 기조력의 수학적 표현, 3차원 단조화운동에 대해 수학적으로 풀어냈습니다.

 

³) 20세기에 들어와서의 팬데믹은 사망자 약 2,000만~5,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1918년 스페인독감, 1957년 사망자가 무려 약 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아시아독감, 1968년 사망자가 약 80만 명으로 추정되는 홍콩독감 등이 있었다. 또한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2009년 6월에 대유행이었던 신종플루(인플루엔자 A(h4N1))때에 팬데믹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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