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각 사
사진= 각 사

은행권을 향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은행이 영리 추구 기업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사회공헌 보다는 주주환원 정책과 임직원 성과급 지급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 시중 자금을 끌어들이려고 더 비싼 금리를 내세우던 은행들이 지금은 이체 수수료를 깎아주거나 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압박에 시중은행들이 꼬리를 내리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현황  및 이사회 운영실태 등에 대해 집중 점검에 나서기로 하는 등 압박 강도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4대 금융지주, 작년 '이자장사'로 번 순이익 16조원 넘을 듯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16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총 16조5557억원으로, 2021년 대비 13.8%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대 최대 이익 규모다.  7일 KB금융을 시작으로 8일에는 신한 · 우리금융이, 9일에는 하나금융이 지난해 4분기·연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기본급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 "은행 막대한 이자이익 과점체제 덕분…과실 나눠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은행권이 연간 수십조 원대의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배경에는 과점 체제가 보장되는 특권적 지위 영향이 있다며 과실을 사회와 나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어려운 시기 임원 성과급이 최소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에 대해 "은행이 영리 추구 기업으로서의 기본적인 특성을 가지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과점 형태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가 부여되는 측면이 있는 데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실물경제에 자금지원 기능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역할이 있는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 "과실 나눠야" 압박…은행, 대출금리·수수료 인하 경쟁 중

신한은행이 오는 10일부터 만 60세 이상 고객들을 대상으로 창구 송금 수수료를 없애기로 했다. 송금액에 따라 최대 3000원을 깎아준다. 5대 시중은행들은 모바일·인터넷 뱅킹 이체 수수료로 면제해주기로 했다.

작년 말에는 취약 차주가 만기 전 대출을 갚을 경우 물리는 중도 상환 수수료도 1년간 한시 면제해주기로 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다. 4대 시중은행 기준 주택 담보 대출 변동금리는 지난 3일 연 4.95~6.89%였는데, 지난달과 비교해 상단이 1.22% 포인트나 내렸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하단도 연 3%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주담대 고정금리는 지난해 채권시장 불안으로 11월 초(6.114%~7.414%) 상단이 7%대를 돌파하며 고점을 찍었다. 이후 당국의 시장 개입과 주요국 금리 하락 기대감으로 채권 시장이 안정되자 12월 중순(4.744~5.344%) 5%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 이번엔 사외이사 ‘정조준’…금융지주 지배구조 현황 · 이사회 운영실태 등 집중 점검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와 사외이사제도 개편 작업에 나선다. 이 금감원장은 "은행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배구조 현황, 이 사회 운영, 경영진 성과 보수 체계의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회장 선임 절차 등이 글로벌 기준에 비추어 미흡한 측면이 있는 만큼 승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횡령 등 금융 사고가 잇달아 터지고 있는 데다 우리 금융지주 등 최근 금융회사 최고 경영자(CEO) 인선이 단기간 급박하게 이뤄지는 등 이 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드러났다는 판단이다.
 
금융권 횡령사고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CEO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사외이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28명(전체의 85%)의 상당수가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그룹의 CEO 승계 절차는 기존 CEO 임기 만료 약 2년 전부터 시작되는 등 우리나라보다 더욱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미국 씨티그룹은 중장기적으로 CEO 후보군을 형성해 그룹 차원에서 차기 CEO 인재를 육성한다.

■ 금융사 내부통제 제도 개선 1분기 중 입법예고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의 내부통제 제도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는 고위경영진과 임원들의 내부통제 관련 최종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해 1분기 중 입법예고 할 방침이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는 내부통제와 관련해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책임 영역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해당 조항 등을 근거로 내린 중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금융위가 내놓을 개정안은 대표이사에게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다만 책임 범위는 '중대 금융사고'로 한정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합리적 조치를 취했을 경우 책임을 경감·면책해주게 된다.
 

저작권자 © 자투리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