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인 SVB(Silicon Valley Bank) 폐쇄 명령이 국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CNBC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금융당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SVB(Silicon Valley Bank)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은행 파산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로 스타트업의 줄도산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스타트업계로서는 SVB 폐쇄가 충격적이다.

SVB는 1982년 설립된 기술 스타트업 분야의 주요 은행으로, 40년간 VC(벤처캐피털) 및 스타트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무 구조가 열악한 스타트업은 자금줄이 막히게 되면서 자칫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고, 예금자 보호 한도인 25만 달러(약 3억3000만 원) 이상의 예치금은 묶이고 전액 돌려받는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 2008년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파산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산타클라라의 예금보험국립은행'이라는 새 법인을 설립, SVB의 예금 등을 모두 이 은행으로 옮겼다. 이번 파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당시 워싱턴 뮤추얼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했었다. 

모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은 이날 오전 22억5000만 달러(약 3조 원)의 주식 매각을 취소한 뒤 구매자를 물색 중이었으나, 규제 당국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FDIC에 따르면 SVB는 지난해 말일 기준 약 209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다.

SVB는 지난 8일 보유 중이던 국채에 대한 대규모 손실을 발표한 뒤 급속도로 무너졌다. 예금이 줄어 보유 중이던 채권을 팔아 약 20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고 발표한 것이다. 

당국의 전격적인 영업중단 조치는 매각 과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심리가 금융권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해당 프로세스가 진행될 때까지 일부 회사에서 급여 지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VB는 12월 말 현재 약 2090억 달러(약 275조)의 총 자산과 1754억 달러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뉴욕증시는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로 은행주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했다. 10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45.22포인트(1.07%) 하락한 31,909.64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56.73포인트(1.45%) 떨어진 3,861.59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99.47포인트(1.76%) 밀린 11,138.89로 거래를 마쳤다. 자료=미래에셋증권

■ 뉴욕증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영향으로 급락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무너지면서 뉴욕증시도 10일(현지시간)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전장 대비 345.22포인트(1.07%) 하락한 3만1909.6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6.73포인트(1.45%) 하락한 3861.59에 장을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9.47포인트(1.76%) 떨어진 1만1138.89에 장을 닫았다.
주간 기준으로 다우지수는 4.44%, S&P는 4.55%, 나스닥은 4.71%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6월 이후 최악의 주간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쏠림이 나타나면서 가상화폐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11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2731만9000원으로 24시간 전(2759만5000원)보다 1.02% 하락했다. 

■ 국내 증시 영향은

국내 증시도 흔들리는 등 투자 심리가 위축된 분위기다. 특히 국내 은행주가 이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실버게이트에 이어 SVB파이낸셜그룹까지 흔들리면서 금융 시스템 리스크 우려로 전일 하락한 미국 증시 영향을 받아 이날 아시아 전반적으로도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50포인트(1.01%) 빠진 2394.5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400선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달 27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역시 800선 아래로 떨어져 20.62포인트(2.55%) 내린 788.60에 거래를 종료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6.20%), 웰스파코(-6.18%), JP모건체이스(-5.41%) 등 미국 은행주가 줄줄이 급락하면서 국내 금융주도 하락했다. KRX 은행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9% 하락했다. 카카오뱅크(-3.04%)가 가장 많이 떨어졌고, 우리금융지주(-2.42%), KB금융(-1.97%), BNK금융지주(-1.96%), 신한지주(-1.65%), DGB금융지주(-1.65%), 기업은행(-1.30%), 하나금융지주(-1.29%), JB금융지주(-0.10%) 순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여타 대형 금융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1% 내린 2394.59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4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1월 20일(2395.26) 이후 처음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2월 고용보고서 발표 경계감과 뉴욕 증시에서 정치 및 금융 시스템 불안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모두 급락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은행들의 예대율이 지난해 기준으로 69%에 그쳐 지난 2019년 80%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많은 규제로 유돋성이 풍부하다"며 "물론 금리 급등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해 은행들중 일부는 부담이나 이 영향이 확산될 개연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제 미 증시에서 대형 은행주는 상승하거나 제한적인 하락에 그친 반면 중소형 지역 은행들은 SVB파산 절차 돌입 이후 하락폭을 확대해 차별화가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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