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익 1조4974억(LG전자) vs 6000억원(삼성전자).

LG전자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성적표다. 

LG전자가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하며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LG전자가 사업부문별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글로벌 경기침체를 고려하면 1조원대 영업이익은 양호한 성적표라는 평가다.

■ '비상경영체제' 통했다…사업구조 근본적 개선·프리미엄 가전 매출도 확대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497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22.9% 감소했고,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20조4178억원으로 나타났다.

비록 전년보다 실적은 좋지 않았지만 삼성전자를 이긴 승리의 원인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에도 ‘워룸’(비상상황실) 등을 선제적으로 운영하며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전자 직원이 지난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냉난방 공조 전시회 'ISH 2023'서 실내외기 일체형 히트펌프 신제품 '써마브이 R290 모노블럭'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 직원이 지난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냉난방 공조 전시회 'ISH 2023'서 실내외기 일체형 히트펌프 신제품 '써마브이 R290 모노블럭'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수요 회복은 부진했음에도 주요 원자재와 물류 측면에서 비용 감소 규모가 예상을 웃돌았다. 코로나19 여파로 급등했던 물류비가 정상화하면서 수익성도 회복됐다. 
프리미엄 가전의 매출도 확대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프리미엄 가전 판매가 늘고,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된 것도 한몫을 했다.

업계에서는 생활가전(H&A)과 자동차 전장(VS) 부문이 선전해 실적을 선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변동에 둔감한 B2B(기업 간 거래) 매출이 견고하게 성장한 것도 수익성 방어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대비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세부 사업별 실적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를 비롯한 모든 사업부가 흑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전과 TV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적극적인 재고 조정 이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프리미엄 가전의 비중 확대와 효율적인 재고 관리, 원가 개선 등이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LG전자 주가 추이. LG전자가 1분기 잠정 영업이익 1조4,974억원으로, 역대 1분기 실적 중 세번째로 높은 수치를 받았다고 7일 밝혔다. 매출액은 20조4,178억원으로 역대 두번째 높은 기록이다.   LG전자는 이번 실적에 대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사 워룸(War Room) Task 등 사업 구조와 오퍼레이션 방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전사적 노력이 사업 성과로 가시화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LG전자 주가 추이. LG전자가 1분기 잠정 영업이익 1조4,974억원으로, 역대 1분기 실적 중 세번째로 높은 수치를 받았다고 7일 밝혔다. 매출액은 20조4,178억원으로 역대 두번째 높은 기록이다.   LG전자는 이번 실적에 대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사 워룸(War Room) Task 등 사업 구조와 오퍼레이션 방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전사적 노력이 사업 성과로 가시화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 삼성전자, 어닝쇼크 충격에 감산…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른 출하 부진

삼성전자가 올 1분기(1~3월)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이다.

반도체 부문은 1분기 4조원 이상의 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돌입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영입이익 96% 감소의 어닝 쇼크를 견디지 못하고 메모리 감산을 처음으로 인정한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온 반도체 수요 둔화와 이에 따른 출하 부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격 하락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진행된 것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줬다. 시스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SDC)도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이번 어닝쇼크 충격에 따라 삼성전자는 감산에 돌입한다. 한편 삼성전자가 감산을 결정한 만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고 업황 반등도 앞당겨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감산을 발표하자 증권가에서 목표주가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하반기 업황 개선과 함께 그동안 쌓여왔던 재고가 줄면서 반도체 부문 실적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삼성전자 주가 추이.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일이었던 지난 7일 전 거래일보다 2700원(4.33%) 오른 6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6만5000원을 회복한 것은 2022년 6월9일(종가 기준 6만5200원)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삼성전자 주가 추이.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일이었던 지난 7일 전 거래일보다 2700원(4.33%) 오른 6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6만5000원을 회복한 것은 2022년 6월9일(종가 기준 6만5200원)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 그나마 적자를 면한 건 스마트폰 사업 덕분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과거에도 반도체 사업이 부진할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3개의 핵심 분야에서, 반도체 부문 적자만 3조~4조원으로 추정되는데, 그나마 흑자를 유지한 건 스마트폰이 잘 팔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분기 스마트폰 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원대로 추정되는데,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 S23 시리즈의 1분기 판매량이 전작보다 50%가 증가한 1100만대에 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판매가 선방하고 있지만, 반도체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감산까지 결정한만큼 삼성전자의 실적반등 여부는 하반기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요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공급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업황 개선이 힘들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수요처와 공급처 간의 심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만큼 시장 심리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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