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규제 완화나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신중할 뿐만 아니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교하고 신중하게 움직이겠다"

"실질적인 수요에 걸맞게 그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정부의 철학이다. 잘못된 가격 신호로 갈 수 있는 규제 완화나 공급은 윤석열 정부의 미래 청사진에는 없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11일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시각과 입장과 비교할 때 다소 상반된다. 원 후보자는 공시가격, 재건축 규제 손질에 대해서도 급격한 추진보다는 시간을 갖고 임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특히 "집값을 단번에 잡을 수 있다거나 정부의 정책 수단 몇 번의 조치로 시장을 제압할 수 있다는 오만하고 비현실적인 접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초 시장에 나돌던 대폭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 상당한 경계심을 표했다.

'규제 완화'와 '대규모 공급'이라는 단순 정책에서 벗어나 보다 정교하게 사안별로 접근 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완화 기대감에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급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새 정부가 폐지 내지 축소 방침을 내세운 임대차 3법(계약갱신 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폐지·축소라는 당초 방침에서 벗어나 주거 약자 입장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일방적으로 약자가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보호 장치라는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면서 임차인 보호와 주거 약자의 주거 안정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얘기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방식 개편에 대해서도 단계적인 추진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많은 문제점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책은 한 측의 요구와 입장을 가지고만 정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에 대해 신랄하게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운영하기도 했던 그가 급하게 신중 모드로 급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 정책 비판자가 아니라 정책 입안 및 집행자 입장이 됐다는 점에서 보다 넓은 시각에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고 개선점을 찾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전문성만 가지고 해결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사안이다.  아무리 뛰어난 정책이더라도 정무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부처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해결할 소통 능력과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무적인 조율도 필수적이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교육, 의료, 투자 등 여러 사안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는 종합시장이다. 급격한 가격 상승도 좋지 않고 급격한 하락도 우리 경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물가상승률 범위 내에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 장관 후보자가 말한대로, 부동산 시장은 힘으로 밀어 부친다고 굴복 당하는 시장이 결코 아니다. 서둘러 성과를 내기 위해 갖은 무리수를 두다 폭망한 것이 문재인 정권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원 장관 후보자에게 말했듯이 '시험대이자 독배'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5년이란 짧은 기간 안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안목과 플랜을 가지고 부동산 시장이 제 모습을 갖춰 나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겠다는 소박함과 정교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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