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관통하여 응축된 지혜를 듣는 일,

그것이 최고의 공부입니다

 

사진 = 디플롯
사진 = 디플롯

 

 

강원국은 50만 독자의 선택을 받은 첫 책 《대통령의 글쓰기》 출간 후 글쓰기 책을 연달아 베스트셀러에 올리며 강연과 방송 활동을 이어왔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맡았던 시절,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과 글을 써내려면 무엇보다 두 대통령의 삶과 생각 속으로 밀착해 들어가는 사람 공부가 먼저였다. 이러한 ‘강원국의 경청’은 글쓰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우리 사회를 변혁시키고, 때로는 아픔이 있는 곳을 보듬어온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일생을 들었다. 그들이 이룬 성취의 위대함을 비추기보다, 지금의 삶으로 도약하기까지 인생의 지혜와 삶을 뒤바꾼 결단의 순간들을 포착해 이 책에 엮어냈다.

 

“저는 고민이나 질문을 품고 있으면 발효가 일어나는 것 같아요. 처음엔 질문이 A였는데, 조금 지나니까 ‘핵심이 A가 아니라 B였네’ 이런 순간이 오거든요. 그러니까 처음엔 ‘내가 이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지? 얼마나 버티지?’ 이랬는데 조금 더 가니까 ‘시간이 줄어들고 있네’ 이렇게 바뀐 거죠.” 제일기획 최초로 여성 부사장직에 올랐다가 박차고 나온 뒤 지금껏 없었던 책방을 열고 두 번째 삶을 승승장구하는 최인아 대표의 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가장 중요한 것이 ‘질문’이었다는 그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사랑하는 이에게 묻듯 자신에게 질문하라’고 조언한다. 일터에서 늘 ‘을’로 살아가는 습관이 든 우리는 자기 인생에서조차 스스로를 ‘을’로 여기고 있다며, 연인의 속마음이라면 사소한 것 하나라도 궁금해하듯, 자신의 속마음에 자꾸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갑’의 생각으로 대접하라는 것이다.

 

최인아 대표가 ‘자신만의 질문법’으로 두 번째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면,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지금의 삶에 당도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결핍과 불안을 직면하고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이야기로 이끄는 강원국의 물음에 끝내 마음의 빗장을 열고 눈물을 보인 유현준 교수는 어느 밤 슬픔에 휩싸였던 아버지의 모습에 충격받았던 일화, 형에게 늘 밀려 열등감에 억눌렸던 시절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대화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화목’을 향하는 자신의 건축 철학에 이르면 그의 마음속에 도사리는 감정이 어떻게 삶의 동력이 되고, 건축 철학의 밑바탕이 되었는지 자연스레 드러난다.

 

 

결과의 위대함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는

강원국의 특별한 대화!

 

 

 

모든 삶에 똑같이 적용되는 지혜란 없듯이, 이 책이 담고 있는 15인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수포자 아들이 아버지 퇴직금 들고 미국으로 유학 떠나며 비행기 안에서 펑펑 울었다는 최재천의 어릴 적 사연, “인문학자들은 거만한 바보들”이라는 리처드 파인먼의 말에 발끈해서 과학 책을 읽기 시작한 뒤 스스로 바보임을 인정했다는 문과생 유시민의 공부 이야기, 한국 최초의 여형사라서 어려운 점 없었느냐는 질문에 “형사 되기 바빴지, 무슨 여형사입니까”라는 답으로 질문자의 선입견을 단박에 부순 박미옥의 인생 이야기까지. 강원국은 그들 삶의 변곡점 앞에서 조용히 감탄한다. 살살 성미를 긁고 슬쩍 눙치는 말로 그들이 더 깊은 속내를 꺼내길 부추긴다. 강원국의 인터뷰가 특별한 건 그들이 성취한 결과의 위대함을 빛내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살아가는 일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강원국은 고백한다. 자신 역시 열등감에 시달리는 한 사람이었다고. 타고난 재능과 기질을 한탄했고, 노력하지 않고도 잘해내는 사람을 부러워도 했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 깊은 울림을 주었던 우리 시대 만인보를 기록하면서, 다시 그 정수를 모아 이 책을 펴내면서 깨닫는다. 늘 빛나는 존재로 사랑받아온 것처럼 보이는 이들 역시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는 것을. 하나같이 처음부터 잘하지 못했고 시작은 미미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닥친 어려움을 인정했으나 그 앞에서 무릎 꿇지 않았다. 탄탄대로만 걸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쓴 지금, 강원국은 다시 고백한다. 기꺼이 실패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타고난 인간은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경을 돌파하고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해냈을 뿐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의 삶에서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인 ‘별의 순간들’을 마주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최재천의 눈물, 유시민의 도전, 유현준의 결핍, 최인아의 질문…

강원국이 15인의 삶 깊은 곳에서 발견한 ‘별의 순간들’

이 책을 다 쓴 지금, 나는 오랜 열등감에서 벗어났습니다.

이제 나는 실패에 도전합니다. 〈에필로그〉에서

 

 

 

시대의 최전선에서 변화를 이끌고 때로는 우리 삶의 아픔을 보듬어온 15인을 강원국이 직접 만나 내밀한 인생의 역사와 살아갈 지혜를 공부했다. 강원국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희망의 이정표로 떠오른 300인의 삶을 2년 넘도록 경청했고, 그 가운데 교육, 과학, 법조, 건축, 문학 등 분야 최고의 명사 15인 인생의 정수를 이 책에 담았다. 한 사람의 일생을 관통하며 응축된 지혜를 듣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공부라는 강원국은 이 책을 통해 공부로써의 대화가 가장 빛났던 순간들을 엮어냈다.

 

강원국은 이들에게서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한다. 거의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역경의 시절을 겪었고 이를 지금의 삶으로 뛰어넘어올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스스로 극복과 재생의 드라마를 써가며 지금에 이른 이들에게는 어떤 남다른 삶의 지혜가 있었던 걸까. 강원국은 절망의 시절에도 삶의 성패보다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지, 삶의 방향성을 끝내 놓지 않은 순간에 주목하고 어떻게 자기만의 길을 열어냈는지 탐구한다. 15인 모두 각기 달랐던 삶의 지혜를 이 책에 담았다.

 

 

사진 = 디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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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파인먼이 어떤 토론회에서 만난 인문학자들 보고 “거만한 바보”라고 한 거예요. 그냥 바보는 괜찮다, 대화도 할 수 있고 도와줄 수도 있고. 그런데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가 뭘 잘 안다고 믿고 있는 거만한 바보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말한 거예요. 제가 그 대목을 읽고 처음에는 말이 너무 심하네, 이렇게 생각했는데 다른 과학 책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다 보니까 제가 바보가 맞는 거예요. 제가 그 바보 범위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안 되겠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우리 문과들을 보면서 얼마나 비웃었을까, 이런 생각도 좀 들고 해서 그때부터 짬짬이 과학 책을 읽기 시작했죠.

--- p.18~19, 「유시민 - 모름을 인정하면 열리는 새로운 시야」 중에서

 

[강원국] 나를 억누르고 살아왔는데 건축을 만나면서 억눌렀던 감정을 확 터트리신 건가요?

[유현준] 건축설계를 하면서 정말 숨통이 트인다는 기분을 느꼈어요. 제가 약간 관종 끼도 있는데 건축설계가 그걸 한 방에 해소해주더라고요. 건축설계는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걸 듣고 박수 쳐주고 칭찬해주는 거예요. 제 존재를 인정받는 거죠. 더 잘하고 싶어졌어요. 전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서 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한번 경쟁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도 하게 된 거죠. 이런 마음으로 입학해서인지 하버드대학교에서 굉장히 재밌게 공부했습니다.

--- p.52, 「유현준 ― 불안과 결핍을 딛고 만들어낸 소통의 공간」 중에서

 

아버지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정확하게 알게 됐어요. 사실 저희 부모님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요. 돈도 없고 빨갱이라고 낙인찍힌 사람들이고.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옆에서 잘 챙기려고 하겠습니까? 저희 어머니도 아흔 살 넘어가면서인지 능력이 조금씩 떨어지시는데, 그런 분을 누가 찾아오겠어요. 근데 이웃들은 매번 찾아오시는 거예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반찬, 우리 엄마 따뜻하게 입을 옷, 노인네 안 미끄러지는 양말까지 챙겨주세요. 딸인 저도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까지 다 챙겨주시는 거예요.(중략)

구례는 제가 떠나기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을 거예요. 다만 나이가 들면서 전에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이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된 거죠. 마음을 나누며 산다고 해서 인간의 절대 고독이나 외로움까지 모두 해소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적어도 사람이 망가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하는 심각한 일은 이 삶 속에 존재하진 않을 것 같아요. 이렇게 수시로 사람 마음에 들락거리니까요.

--- p.71, 「정지아 ― 이웃의 따스한 침범이 준 해방이라는 선물」 중에서

 

[강원국] 그럼 글을 쓰는 당사자는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슬아] 강원국 선생님의 말씀을 빌려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요. ‘듣기가 선행돼야 한다’라고요. 저는 쓰기가 읽기의 극치라고 생각해요. 많이 읽는 독자를 계속 하다 보면 결국 쓰게 된다고 생각해요.

--- p.145, 「이슬아 ― 스스로에게 작가라는 깃발을 꽂고 나아가는 삶」 중에서

 

미국인 조지 에드먼즈 교수님 모시고 일주일 동안 전국의 개울물을 뒤지면서 다닌 거죠. 그러면서 제가 이 할아버지처럼 살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래서 마지막 날 교수님이 묵으신 조선호텔에서 맥주 한잔 사주실 때 물었죠. 당신처럼 되는 방법이 뭐냐고. 그랬더니 미국으로 유학을 오래요. 그러면서 이런 거 저런 거 가르쳐주셨는데 아, 이거다 싶었죠. 그래서 그날부터 유학 준비를 했어요.

--- p.156~157, 「최재천 ― 젊은 날의 공허를 딛고 순수한 탐구열의 세계로」 중에서

 

저는 고민이나 질문을 품고 있으면 발효가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엔 질문이 A였는데 조금 지나니까 ‘핵심이 A가 아니라 B였네.’ 이런 순간이 오거든요. 그러니까 처음엔 ‘내가 이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지? 얼마나 버티지?’ 이랬는데 조금 더 가니까 ‘시간이 줄어들고 있네.’ 이렇게 바뀐 거죠.

돈은 지금은 없어도 앞으로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근데 시간은 줄어들기만 할 뿐이에요. 통장 잔고만 갖고 사는 것과 비슷하죠. 만 원 한 장을 쓰더라도 중요한 거에 아껴 쓰게 되잖아요. 자, 그러면 시간이 지금도 줄고 있는데, 나는 내 시간을 아껴서 중요한 곳에 가치 있게 쓰고 있나? 이런 질문을 하고 거울을 봤더니 눈동자가 풀려 있는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시간을 가치 있게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됐지요.

--- p.219~220, 「최인아 ― 사랑하는 이에게 묻듯 자신에게 질문하는 사람」 중에서

 

저는 신영복 선생님 말씀을 좋아합니다. 이런 말씀이 있어요. 한 사람에 대한 어떤 평가,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이 살아온 시대의 모순이나 아픔을 얼마나 담아내는지가 기준이 되면 좋겠다는 말씀이에요. 제가 변호하는 사건, 앞으로 변호할 사건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어떤 모순이나 아픔을 많이 담아내고 싶습니다. 아픔을 그냥 담아내는 게 아니라, 따뜻한 애정을 갖고 미래 지향적인 얘기를 하고 싶어요.

재심도 제 개인의 역량의 한계 때문에 맡아서 진행할 수 있는 사건은 소수입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사건 속에서 의미 부여를 계속하죠. 의미 부여가 되면 일에 대한 열정이 생깁니다. 그러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야겠다는 욕심을 갖게 되고요.

--- p.239~240, 「박준영 ― 재생하며 나아간 삶, 약자를 위한 재심은 내 운명」 중에서

 

김동식 작가는 자신이 수천만 원의 인세를 받는 스타 작가라는 사실이 아직도 신기하다. 자신의 인기를 여전히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김동식이 살아온 얘길 들어보면 왜 그런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이보다 더 흙수저일 수 있을까 싶다. 올해로 서른여덟 살인 김동식은 인생에서 31년은 지독히 가난했고,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후로 손에 기름때가 가실 날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됐다. 그의 소설을 기다리고 책을 사보는 독자가 있다. 여기저기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썼는데, 수입은 공장노동자 시절보다 열 배 이상 많다. 김동식 작가 입장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연기처럼 사라지는 꿈같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이다.

--- p.244, 「김동식 ― 세상에 묵직한 펀치를 날리는 변방의 이야기꾼」 중에서

 

[강원국] 메밀국수집을 열면서 지구온난화까지 계산에 넣었다니 기가 막힙니다. 지, 장, 법은 또 어떻게 적용되는지 더 궁금해지는데요.

[고명환] 지地는 목, 입지예요. 내 가게가 될 곳의 인접한 도로에서 차는 어떤 속도로 다니는지, 사람들의 보행 속도는 어떤지 점검했어요. 예를 들면 포장마차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의 걸음이 느릴수록 좋겠죠. 그래서 포장마차는 골목 안에 있는 거예요. 선릉역 대로변에는 포장마차가 없잖아요. 사람들의 걷는 속도가 느린 곳이 좋은 상권이에요. 볼 게 많아서 걸음이 느려지는 거거든요. 간판도 보고 진열된 상품도 보다 보니 걸음이 느려지는 거죠.

--- p.276, 「고명환 ― 끝이 아름다운 삶으로 정진하는 치열한 독서가」 중에서

 

[강원국] 우리 사회가 참된 리더에 대한 목마름이 큰데요.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 필요한 리더일까요?

[고동진] 일단 중간관리자가 됐을 때는 밑에 있는 사람이 뭔가 해내지 못할 것 같을 때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아랫사람을 끌어주는 능력이 계속 쌓이면 사람들은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그게 바로 솔선수범인 거죠. 근데 솔선수범 없이 입으로만 하는 얘기는 절대로 사람들이 따르지 않아요. 따르는 시늉을 하겠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솔선수범은 기본으로 깔려야 하는 하나의 자기 자산이고, 겸손과 배려가 거기에 더해져야 합니다.

자기 스스로를 낮추면 남이 따라오고, 자신을 과시하면 남들이 의심한다고 그랬어요. 청나라 때 중국 사람이 한 얘기인데, 저는 이게 요즘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를 반영하는 것 같아요. 자기가 아는 것도 기억 속에 존재하는 거지, 진짜 아는 건지는 모르잖아요. 기억이 틀릴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은 겸손하고 배려하고 역지사지해야 합니다. 그럼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길 이유가 없어요. 선후배 간에 사이가 나빠질 이유가 저는 없다고 봅니다.

--- p.308, 「고동진 ― 갤럭시 세계 신화를 창조한, 목표가 이끈 삶」 중에서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풀꽃문학관’에 출근하잖아요. 쭉 가다보면 초등학교 몇 군데를 지나가게 되는데요, 어떤 때는 천사를 만난다니까요. 그냥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해요. 천사처럼 “안녕하세요” 그래요. 저는 이 아이들이 내가 시 쓰는 사람인 걸 아나, 내가 옛날에 교장이었던 걸 아나 싶어서 그 아이에게 물어봐요. “내가 누군지 아니?” 하면 “몰라요” 그래요. 그냥 동네 할아버지니까 인사하는 거예요. 그래서 전 생각하죠.

‘아, 오늘도 천사를 만났구나.’

나에게 인사를 건넨 천사를 만났으니까 오늘은 화낼 일이 있어도 화를 덜 내야겠다, 몸이 아픈 일이 있어도 즐겁게 생각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그리고 가급적이면 좀 느릿느릿하게 다니려고 해요. 자전거 타고 너무 빨리 가면 천사가 나에게 인사를 건네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 p.362~363, 「나태주 ― 살기 위해 썼고, 살아가기 위해 쓴다」 중에서

 

 

<저자 : 강원국>

저술가, 강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실 행정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 등으로 일하며 리더들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었다. 지금은 집필, 강연, 방송 활동에 전념하며 자기 말을 하고 자기 글을 쓰며 산다. 강원국은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줄곧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했지만 정작 나는 없었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강원국으로서 나답게 산다. 공부도 그렇다. 학창 시절과 직장생활 동안 남의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했다. 공부가 재미없었고 시험이 싫었다. 고등학교, 대학 입시 모두 단번에 붙지 못했다. 이제 공부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그 이유도 알았다. 지금껏 만난 리더들을 관찰하며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고민하였고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그 결론을 담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공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동안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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