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는 일정한 용도로 쓰고 남은 나머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런 자투리는 때로는 우리의 삶에서 여백, 여유로 나타나기도 한다.

여백은 버려진 공간이 아니다. 쓸모없는 공간이 아니다. 비어 있음으로 해서 사유와 명상이 가능한 공간이다. 자투리가 없으면 너무 야박하고 인정머리 없고 조금 답답하다. 자투리 혹은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을 생각해보는 시, 문학, 그림, 사진을 소개해 본다. <편집자 주>

 

- 고매명금도(古梅鳴禽圖)

(출처 : 단원미술제 홈페이지)
(출처 : 단원미술제 홈페이지)

풍속화가로 유명한 김홍도의 그림 중 여백의 아름다움이 극적이리만치 잘 표현된 작품이 국립박물관 소장 화조도 쌍폭이다.

<고매명금도古梅鳴禽圖>는 어느 한적한 물가 오래된 매화나무에서 뻗어 내린 가지 하나와 그 위에서 노래하는 새 몇 마리를 그린 담백한 작품이다.

이른 봄 흰 매화가 핀 가지 위에 몇 마리 새들이 봄이 왔음을 즐거워하며 노닐고 있다. 그림의 배경은 완전한 여백이지만 아래쪽 수면을 자세히 보면 물풀 사이로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나뭇가지와 물풀, 그리고 농담을 달리한 마술적인 붓질 몇 개로,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여백은 봄철 아지랑이가 가득한 공간을 표현한다.

- 유음취금도(柳陰聚禽圖)

(출처: 단원미술제 홈페이지)
(출처: 단원미술제 홈페이지)

<유음취금도柳陰聚禽圖>도 여백의 미를 제대로 보여준다.

수양버들 가지 하나가 빈 화면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위로 뻗어 있고, 다른 가지는 뒤틀려 아래쪽에 드리워져 있다.

그 가지 위에 작은 새 여러 마리가 쌍쌍이 지저귀며 깃들여 나들고 있다. 평범한 일상의 한 모습이 힘들이지 않은 붓질 몇 개로 무한한 공간의 여백 속에 모든 게 담겨져 있다.

일상적으로 보는 경치들이 김홍도의 예술적 감각으로 취사선택을 거치고, 비본질적인 것은 연무 속에, 여백 속에 감추어짐으로써 주제가 더욱 생동감 있게 부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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