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일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언급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난달 22일 이창용 총재가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본인을 제외한 6명의 위원 중 1명 위원만이 금리 인하를 열어두자는 의견”이라고 밝혔으나 의사록에는 2명의 위원이 이전보다 기준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가 한명 늘었음에도 한은의 정책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12일 한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민간소비 둔화가 물가상승률을 떨어뜨릴 것으로 예측했다.  또다른 위원은 "내수 부진 등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이 소폭 약화되면서 긴축완화 위험이 다소 감소했다"며 "향후 물가 및 경제상황의 흐름,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완화 시점을 적절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두 위원의 관점을 정리하면,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물가에 대한 압력이 약화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전보다 커졌다는 주장이다. 

이와는 달리 가계대출이 전보다 낮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둘러 긴축완화에 나설 시점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위원들도 있다.

가계대출이 당분간 낮은 증가세를 유지하며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완만하게나마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 가계는 자산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고금리 속 주택가격 하락이 상환능력이 충분하지 않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차주들의 신용위험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

다른 위원도 “현재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요인이 크지 않다”며 “당분간 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 물가경로와 여러 관련 지표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대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이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가계대출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한은은 상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2월 경제전망에 비추어 본다면 상반기 중 정책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기조가 전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물가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요인이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다는 확신을 아직 갖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 섣부르게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것이 자칫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은 40.6%로 과실 물가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1985년 1월 이후 약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체 상품이 없는 만큼 과일 가격 강세는 올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으나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한은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좌우하는 주택가격이 올해 매우 불확실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측했다. 우선 한은은 높은 주택가격 수준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 등을 주택 매수 심리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평가했다.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

실제 전날 러시아 정유시설이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데 이어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79.72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2.16달러(2.8%) 상승했다.

이 부총재보는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 및 위험 쏠림의 시그널을 제공할 리스크에 유념해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한 기간 이어가되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오는 5월 발표될 경제전망 등 여건 변화를 고려해 하반기 중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이관교 경기동향팀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 부총재보, 최창호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사진=한은
(왼쪽부터) 이관교 경기동향팀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 부총재보, 최창호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사진=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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