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오카현 누마즈시(일본), 자투리경제=송지수 SNS에디터] 출산율 감소와 더불어 수도권-지방 인프라의 차이로 인한 청년층의 이탈은 지방 도시들의 큰 고민거리다.

이에 지방 도시들은 창업지원금 및 정착지원금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인구 이탈 및 지역경제 쇠퇴를 막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모든 지방 도시들은 이대로 사라져 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특이하게도 이런 문제를 ‘애니메이션’으로 해결한 사례가 일본에 있다.

 

사진 | 자투리경제=송지수 SNS에디터

일본에서는 지방 도시들이 성지순례(팬들이 작품 속에 등장한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것)를 통해 꾸준히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크게 발전시킨 사례들이 존재한다. 자국민에게조차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작은 도시들이, 전세계의 수많은 팬들이 직접 발걸음을 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시즈오카현의 항구도시 누마즈를 꼽을 수 있다. 누마즈는 역 근처와 시내는 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항구를 끼고 걸어갈수록 카드 결제조차 되지 않는, 시골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한적한 곳이었다.

 

사진 | 자투리경제=송지수 SNS에디터

그런 누마즈 시가 많은 사람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배경지로써 결정된 이후이다. 작중 인물들이 실제로 학교생활을 하고, 활발한 동아리 활동을 펼치며 이곳저곳을 누비고 때로는 높은 전망대에 올라 고민상담을 하기도 하는 모든 장면이 실제 누마즈 시의 다양한 장소에서 펼쳐진 것이다.

작품이 크게 인기를 얻고 글로벌 팬층이 두터워지면서, 좋아하는 캐릭터가 실제로 거닐고 머물렀던 장소를 직접 보고자 하는 팬들이 누마즈를 찾기 시작했다. 누마즈의 매력에 푹 빠진 팬들은 여러 번 재방문을 하며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장소를 찾아보기도 하고, 그중에는 주소지를 이전해 누마즈 시민으로서의 삶을 새로이 시작한 경우도 있다.

 

사진 | 자투리경제=송지수 SNS에디터

한산했던 마을을 찾아주는, 기대감과 애정으로 가득 찬 애니메이션 팬들의 방문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기쁨이다.

이에 보답하듯 누마즈 시청에서는 공식 홈페이지에 매년 캐릭터의 생일을 알리거나 축하 캠페인을 개최하기도 하고, 음식점 등 다수의 가게에서도 작품과 캐릭터를 상징하는 특별 메뉴를 개발하거나 러브라이브 팬을 위한 상품을 마련하기도 한다. 작품과 캐릭터들이 도시의 마스코트가 된 것이다.

이에 이전에 누마즈 시를 찾았던 관광객도 다시 한 번 발걸음을 옮기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 자투리경제=송지수 SNS에디터

이처럼 성지순례는 사람들에게 잊혀진 한적한 지방 도시가 애니메이션 작품의 배경이 되어 다수의 팬들이 방문하고, 이에 주민들이 화답하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면서 지역경제의 훌륭한 발전수단이 되기도 한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지브리 작품들의 장소를 재현해둔 지브리 파크 등 치명적인 인구감소로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해당 장소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작품의 글로벌 히트로 인한 성지순례의 발길들로 인해 다시 한 번 부흥하게 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일본의 성지순례 문화는 K-드라마나 영화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도 큰 시사점이 될 것이다.

팬들로 하여금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가 존재했던 그 장소에 직접 찾아가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그곳은 그저 스쳐가는 이름모를 장소가 아닌, 꾸준히 찾아가고 싶은 특별한 장소로 탈바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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