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목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수치상으로는 얼마 안 남았지만 시간은 굉장히 오래 걸릴 수 있다"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현 수준을 오래 유지하면 상당히 긴축적인 효과를 갖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한 발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3%대 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까지 도달하기에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가가 낮아져야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현재 여러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물가 안정 목표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다른 나라와 비교해 느린 물가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고금리를 오래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자연스럽게 물가가 낮아진 것이 아니라 정부가 품목별 물가 관리, 공공요금 인상 자제 등을 통해 물가 관리를 했기 때문에 물가가 많이 오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세상에 공짜가 없는 것처럼 관리를 했기 때문에 이를 되돌리는 과정에서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 늦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는 관리 대상 기업과 에너지 공기업이 받는 비용 압력은 누적됐기 때문에 앞으로의 물가 둔화 속도는 더딜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해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비용 상승을 전기·가스 요금에 뒤늦게 반영한 탓에 물가가 더디게 하락하는 측면도 있다.
올들어 정부는 빵과 우유 등 가공식품 물가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지정하는 등 물가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품업계와의 간담회도 수차례 진행했고, 최근에는 주류업체에 출고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올해 물가 둔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걸음, 라스트 마일(last mile:도착지까지 최종 구간)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라스트 마일’은 마라톤 용어로, 결승전을 앞두고 가장 힘든 구간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현재 물가가 하향 안정화되는 모습이 보이고 있지만 한은 목표치인 2% 수준까지 가는 과정이 더 어렵고 보다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라스트 마일이란 용어를 빗대 표현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에 수렴하는 시기를 내년 말 또는 2025년 상반기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현 수준을 오래 유지하면 상당히 긴축적인 효과를 가질 것'이라는 게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언급에 대한 제 해석"이라며 "시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파월 입장이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한은의 판단을 종합해볼 때 금리 인하 시기를 현재 시점에서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볼 수 있다. 이 총재도 주요국처럼 한국도 금리인하 논의에 돌입할 것이란 기대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현 수준을 오래 유지하면 상당히 긴축적인 효과를 갖는다는 이 총재의 발언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시기도 생각보다 더딜 수 있다. 현재 금리를 상당 시간 유지하면서 긴축에 준하는 효과를 거두게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금리인하시 여유자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관련 시장을 자극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이다. 그는 "금리를 인하할 경우 부동산 쪽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은 아닌가를 함께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한번 정리하면,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를 반영해 현행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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