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11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이 잘 조성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 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고, 가계부채의 경우 증가폭이 줄긴 했지만 증가세는 여전하다.

대외적인 여건도 불확실하다. 여기에 최근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는 것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부동산 PF발 리스크가 상존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융권에 시장에 충격파를 던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PF 관련 불안이 고조되고 있지만 아직 전체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진 것은 아닌 만큼 한은이 금리 인하로 대응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고물가 지속…미국 금리 조기인하 기대감도 꺾여

고물가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를 기록하며 5% 연속 3%대를 유지 중이다. 여전히 한은의 목표치인 2%대를 웃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물가 상승률이 하락하더라도 속도가 상당히 느릴 것"이라며 "서비스를 포함해 기조적 물가 흐름을 결정하는 근원물가(항목)들이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 고용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따라서 한은이 상반기까지는 국내 물가 추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 연준의 기조를 지켜보면서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보다 한은이 먼저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긴 힘들 것"이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경기를 생각하면 미국도 올해 5월이나 6월 정도는 돼야 첫 번째 금리 인하가 시작될 거 같다"고 말했다.

■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 100% 상회

가계부채의 경우 9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여전히 100%를 웃돈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2000억원 늘며 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이 줄고 기타대출이 급감하면서 증가 규모는 크게 줄었다. 

1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000억원 늘었다. 전월(2조6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많이 축소됐다.

주택거래가 위축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지난달 주담대는 5조1000억원 증가하며 전월 대비 증가 폭이 5000억원 줄었다.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 2020년 말 103.0% ▲ 2021년 말 105.4% ▲ 2022년 말 104.5% ▲ 지난해 말 100.8%를 기록하며 4년 연속 100%대를 웃돌고 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8%가 이벌달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지난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이후 기준금리 조기 인하 전망이 약화되고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이로 인해 이달 금통위에서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 금리인하 시점은 언제?

금리 인하 시점은 대체로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가 부진해지면서 서비스 중심으로 물가 상승률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 때 한은이 정책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내수 부진과 부동산 PF 등에 따른 유동성 우려를 고려해 한은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 연준의 6월 인하를 전제로 한은의 7월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국내 물가 안정세 및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 시작 등으로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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