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 사용량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 도입을 공식 시사했다.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낮추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세제 강화에 나선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등 5개 부처는 지난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세제(탄소세)와 (탄소)부담금,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가격 체계를 재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세제와 탄소 부담금, 배출권 거래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가격체계를 재설계하기 위해 내년 연구 용역에 착수한다. 또 대통령 직속기구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고, '기후대응기금'(가칭)을 조성해 탄소중립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 기금 운용에 필요한 재원을 탄소세를 통해 마련한다.

탄소세가 도입되면 신재생에너지 전환 사업은 탄력을 받겠지만 신설되는 세제로 인해 기업은 물론 서민들의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우선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과 석유화학, 시멘트 산업 등은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시멘트 업계의 경우 탄소 배출권 거래제 도입 이후 수출액의 50~60%에 달하는 탄소 할당량 구입 비용 때문에 수출량이 절반으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탄소세까지 내게 될 경우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부가 매년 기업의 탄소배출 총량을 정한 뒤 배출권을 할당해주고 배출권이 모자라는 기업은 남는 기업으로부터 구매해 쓰도록 하는 제도다. 2015년 처음 도입돼 내년 3차 계획에 들어간다. 기업의 환경공시 의무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도 기름값과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선적으로 경유세 등의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는 전기요금, 난방비 등 공공요금 인상을 초래한다.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수출이나 해외자금 조달, 기업신용등급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이번 정부 발표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내놓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밑그림에 불과하다. 이번 추진전략에 방향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정책과제는 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이 산업구조 변화 등 정교한 액션 플랜 없이 기업에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그동안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했던 산업구조도 개편해야 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높은 화석연료 비중, 높은 무역의존도 등 우리 여건을 감안할 때 탄소중립은 멀고 험난한 여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정부의 발표 내용은 탄소 저감을 위한 본격적인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 등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토와 함께 독단적인 판단에만 의지하지 말고 기업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당사자인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 해당 기업들과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탄소세로 거둔 재원을 탄소 저감과 관련 인센티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기업 활동에 세제 혜택을 줘 기업의 자발적인 탄소배출 감축 활동을 촉진할 방침이다. 인센티브와 관련한 구체적 정책은 2021년 상반기 중 추가적으로 공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5일 최종현학술원과 중국 베이징대가 '세계화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베이징 포럼 2020' 개막 연설에서 "인류의 위기 극복을 위해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중심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ESG 관련 가치를 만들어낸 기업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ESG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 경영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2050 탄소중립 주요 추진 전략. 자료=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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