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공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설계· 시공· 감리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구조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고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정밀하게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제대로 할 수 있는 전문 기술자가 건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각 구조마다 장점과 특성이 있다.

무량판 구조는 보가 없이 슬래브의 하중을 바로 기둥이 받는 구조다. 없을 무(無) 대들보 량(梁), 말 그대로 대들보가 없다. 대들보(빔) 없이 기둥 위에 철근 콘크리트 판(슬래브)을 바로 얹는 건설 공법이다. 층간 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벽식 구조보다 층간 소음에 강하고, 기둥식 구조보다 시공비가 저렴한 무량판 구조가 대체재로 부각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무량판이 벽식 구조에 비해 인건비가 적게 들고, 층고가 낮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2017년부터 공사현장에 도입했다.

라멘식 구조는 기둥과 보 모두 있는 구조로, 기둥 위에 보가 있어서 프레임과 같은 형상을 갖추게 된다.  층간소음으로 발생하는 진동이 기둥과 보에 흡수돼 층간소음 우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배관을 비롯해 각종 설비가 벽 속에 들어 있어 보수나 교체, 리모델링도 편리하다.

 

'보'가 설치돼 있는 주차장
기둥과 보가 설치돼 있는 주차장

 

보가 없기에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고, 당연히 시공비가 적게 들어간다.  그러나 이 공법의 단점은 기둥과 슬라브 접합면에 보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붕괴될 위험이 있다. 1995년 붕괴 사고가 난 삼풍백화점은 바로 이 무량판 구조였다. 당시 부실하게 불법 증축한 무량판 구조의 옥상부가 냉각탑(대형 실외기)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내려앉으면서 15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대참사로 기록됐다.최근 무너진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도 대표적인 무량판 구조다.

따라서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전단보강근철근(보강 철근)'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또 기둥과 상판 접합 부위에 작업자가 직접 보강 철근(전단보강근)을 얼기설기 엮어서 강도를 높여줘야 한다. 이때 사람 손으로 수작업을 해야 해 설계 누락이 아니더라도 실수로 빠뜨리거나 시공 일자에 쫓겨 빼먹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만일 충분한 보강을 하지 않았다면 천장이 위층부터 아래층까지 줄줄이 무너지는 '펀칭 전단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LH아파트의 경우 보강철근을 적게 넣어나 아예 넣지 않은 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음성군 금왕읍 금석 2지구의 한 공공임대아파트는 123개의 기둥 가운데 101개에서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것으로 국토부 조사 결과 밝혀졌다.

무량판 구조는 보가 없어 충격에 취약해 설계와 시공이 다른 공법에 비해 까다롭게 적용된다. 따라서 설계과정에서도 세심하게 주의가 필요하다. 기준에 맞게 설계를 했더라도 제대로 시공이 됐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철근 누락에다 시공사‧감리‧구조설계자들의 검증까지 부실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무량판 구조는 기둥만 있고 보(수직재 기둥에 연결돼 하중 지탱하는 수평 구조부재)가 없는 형태를 말한다. 즉, 대들보 양(梁)이 없다는 의미다. 기둥과 바닥만 있는 것으로, 보가 없어 기둥이 천장 슬래브(철근콘크리트구조의 바닥 또는 천장 평판 구조물)를 지탱하는 구조다.
벽식 구조는 아파트에 가장 많이 적용되는 건축 방식이다.  기둥이나 보 대신 벽이 슬라브(천장)을 받치는 구조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서울에서 준공된 무량판 구조 아파트는 SH 등 공공 아파트 25곳과 민간 아파트 29곳 등 총 54곳에 이른다.

벽식 구조는 아파트에 가장 많이 적용되는 건축 방식이다.  기둥이나 보 대신 벽이 슬라브(천장)을 받치는 구조로, 건축비가 저렴하고 공사 속도가 빠르다.  또 기둥이 없어 실내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 하지만 층간 소음에 취약하고, 내력벽을 사실상 허물기 쉽지 않아 리모델링이 쉽지 않다.

라멘(기둥+보) 구조는 기둥에 보를 연결하고 그 위에 슬라브를 얹는 방식이다. 위층 바닥을 기둥과 기둥 아래의 보가 지탱하다 보니 위층의 바닥 충격 소음을 보와 기둥이 흡수한다. 벽식 구조에 비해 층간 소음 차단 효과가 뛰어나고, 리모델링도 가능하다. 하지만 보가 있는 만큼 공사기간이 길고, 시공비가 더 들어간다.

또 무량판도 아니고 기둥이 여러개이고 벽체로 천장을 받치는 라멘구조도 아닌 혼합형 구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량판 구조는 적절한 설계와 시공이 이루어지면 문제없다”며 “원론적인 얘기지만 원칙에 충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가 열렸다. 사진=국토교통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가 열렸다. 사진=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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