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철근 누락 LH 아파트의 명단과 시공사, 감리 담당사 등을 공개하고 있는 동안 이한준 LH 사장(사진 오른쪽)이 옆에서 브리핑 내용을 듣고 있다. 사진 왼쪽. 사진 오른쪽은 LH 진주 본사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철근 누락 LH 아파트의 명단과 시공사, 감리 담당사 등을 공개하고 있는 동안 이한준 LH 사장(사진 오른쪽)이 옆에서 브리핑 내용을 듣고 있다. 사진 왼쪽. 사진 오른쪽은 LH 진주 본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5개 공공아파트 단지의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해당 단지의 설계·시공·감리 업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LH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서울경찰청을 찾아 철근 누락 15개 단지의 설계·시공·감리 관련 업체 74곳과 관련자를 고발했다.

고발 이유는 이렇다. 설계·시공·감리 관련 업체들이 잘못을 했기에 이들의 과실 중과를 경찰이 조사를 해서 가려달라고 한 것이다. 
LH 관계자는 “전단보강근 설치 누락 15개 단지에 대해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기 위해 수사 의뢰를 실시하게 됐다”면서 “문제가 된 단지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엄정하게 조치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말했다. LH는 경찰 수사를 통해 관련법 위반이 확인되면 해당 업체들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의 본질은 업체들의 잘못 이전에 LH가 설계·감리에 있어서 전관업체를 무분별하게 선정한 것이 핵심이다. 이번 사고는 LH가 발주한 아파트 단지 91곳 중 15곳 지하주차장 기둥에서 '전단보강근(보강 철근)'이 빠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확산됐다. 정부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안이 확산하자 지하주차장이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민간아파트 293곳에 대해 오는 9월 말까지 부실공사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무량판 공법 그 자체 보다는 도면 작성과 철근이 제대로 되었는지가 이번 사고의 핵심”이라면서 “무량판 공법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LH에서 시작된 일을 민간으로 확장시키면서 준공단지의 점검비용을 시공사에게 부담하게 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한준 LH 사장도 사후 관리 및 감독의 소홀함을 인정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달 30일 전단보강근 누락 사실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그동안 LH는 주택에 대해서 발주만 했지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15개 단지에 대한 공사 발주만 했지 설계가 제대로 됐는지, 감리는 잘 진행이 됐는지, 시공업체 선정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전혀 몰랐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이같은 발언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성 발언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제와서  15개 단지에 대한 설계가 어디에서 발주됐고, 관여한 자가 누구인지, 감리는 언제 발주됐고 감리 관여한 자는 누구인지, 시공업체들은 어떻게 선정하고 관여한 자가 누구인지 모두 조사해 관련된 사람은 한치의 의혹 없이 책임지게 하겠다는 것인데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결국 총체적인 부실의 책임은 LH가 져야함이 마땅하다. 이제와서 철근 누락 15개 단지의 설계·시공·감리 관련 업체 74곳과 관련자를 고발 조치한 것은 자칫 자신들의 과실은 감추고 네탓으로 돌리려는 꼼수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가장 근본적인 책임이 있으니 먼저 벌을 받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업체들을 수사 의뢰한다고 했다면 납득이 간다.

LH는 이번 수사 의뢰와 별도로 이번 사태와 관련한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또 부실 공사를 유발한 업체에 대해서는 LH가 발주하는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향후 이러한 일이 한번 더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해야 할 곳이 LH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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