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사 관리 부실과 안전불감증이 극에 달하고 있다.

LH가 발주한 아파트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흥 은계지구 아파트 단지에선 상수도관의 내부 코팅제가 떨어져 나와 2017년 입주 직후부터 수돗물에서 검은색 이물질이 나오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또 LH가 발주한 공공분양 아파트에서 부실시공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H가 발주한 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 가운데 15개 단지에서 반드시 시공해야 할 철근이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91개 단지 중 이미 준공된 단지는 38개(38%), 공사 중인 단지는 56개(62%)다.  철근이 빠진 단지 중 5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친 상황이어서 사고 발생이 우려된다.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것도 철근 누락에 따른 것이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구조로,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보강철근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이번에 발견된 15개 단지 중 10개 단지는 설계 미흡, 5개 단지는 시공 미흡으로 이러한 철근이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회의를 열고 LH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회의를 열고 LH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지역별·종류별로 보면 수도권에서는 분양주택 4곳, 임대주택 4곳에서 부실이 발견됐고, 지방에서는 분양주택 1곳, 임대주택 6곳에서 전단보강근 부실이 발견됐다.

모범과 신뢰를 보여줘야 할 공기업이 시공한 아파트에서 이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동안 LH가 주택에 대해서 발주만 했지 사후관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한준 LH 사장도 이러한 점을 인정했다.

이 사장은 "앞으로 15개 단지에 대한 설계가 어디에서 발주됐고, 관여한 자가 누구인지, 감리는 언제 발주됐고 감리 관여한 자는 누구인지, 시공업체들은 어떻게 선정하고 관여한 자가 누구인지 모두 조사해 관련된 사람은 한치의 의혹 없이 책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발주 아파트 100여 곳에 대한 안전점검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과 같은 허술한 관리 감독 체계로 봤을 때 철근 누락 아파트가 더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건설 현장에서 수십 년 넘게, 가깝게는 지난 6∼7년간 비정상이 쌓이고 쌓인 부분의 이권 카르텔을 도려내야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문가와 국민들의 심판대 위에 LH부터 올라가라"며 엄중한 조치를 예고한 뒤 "(국토부의 문제가 발견될 경우) 우리 스스로를 고발하는 조치까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무량판 설계를 시공하면서 전단 보강근 등 필수 설계와 시공 누락이 생기게 한 설계책임자 및 감리 책임자에 대해 가장 무거운 징계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또 이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를 해서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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