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뚜렷하게 감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3 만건 내외에서 안정되기 시작했다. 유럽 내 상황도 조금씩 호전되는 양상이다. 이탈리아 내 신규 확진자 수가 재차 증가하고 있지만 주요 유럽국가들의 신규 확진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의 정점 도달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점 통과가 코로나19의 진정이나 경제활동의 본격적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 경험하지 못한 경제지표 쇼크 구간 본격 진입

두 지역의 일간 신규 확진자 수가 4월초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줄어들고 있지만 예전처럼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신규 확진자 축소 이후 봉쇄조치 해제 및 경제활동 재개가 이뤄졌지만 금융시장 흐름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을 크게 하회하며 코로나19 악영향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또 경제활동 정상화와 경기 반등 기대에도 코로나19 역유입 우려가 커졌고 실제로 확진자 수도 소폭 늘어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IBK투자증권 안소은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에서도 봉쇄조치 점진적 완화가 언급되기 시작했는데, 1분기 경기 펀더멘털의 충격 강도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의 실질적인 하향 안정화 여부를 확인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확진자 축소와 봉쇄조치 해제에도 중국 금융시장 흐름은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을 크게 하회하며 시장 하락 압력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IBK투자증권

美 실물·체감지표 추락…中 3월 각종 실물지표 마이너스 증가율 예상

미국 신규 주간실업청구건수가 3주 연속 기록적인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이번주부터 충격적인 미국 실물지표와 체감지표의 발표가 이어질 전망이다. 3월 소매판매와 주택착공건수가 각각 전월대비 -8.0%, -18.3%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기선행지수 역시 전월대비 -7%의 급감이 예상되고 있다.

체감지표의 날개 없는 추락 현상도 이어질 것이다.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는 뉴욕의 4월 제조업지수는 전월 -21.5에서 -35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저치인 -34.3(2009년 2월) 수준을 하회할 공산이 높다. 주택경기의 부진도 지표로 확인될 전망이다. 4 월 NAHB 주택지수는 3 월 72 에서 56 으로 급락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3월 실물지표 및 4월 체감지표의 추락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코로나 19 에 따른 이동제한의 부정적 영향이 4~5월 지표에 더욱 크게 반영될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이번주 발표될 지표들의 추락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안 연구원은 “4월 이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악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4월 1주차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시장 예상(550만)을 넘어선 660.6만건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는 뉴욕의 4월 제조업지수는 전월 -21.5에서 -35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료=하이투자증권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는 뉴욕의 4월 제조업지수는 전월 -21.5에서 -35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료=하이투자증권

중국 역시 충격적인 1 분기 GDP 성장률 발표가 예정돼 있다. 중국 1분기 GDP 성장률 예상치는 전년비 -6%, 전기비 –11.2%이다.

물론 1~2 월 중국 각종 실물지표가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1 분기 성장률 추락에 대한 반응이 다소 밋밋할 수 있다. 더욱이 3월 실물지표는 1~2월 충격에서는 다소 벗어날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GDP 충격이 반감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3월 중국 각종 실물지표가 마이너스 증가율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3월 중국 지표의 반등을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충격적인 경제지표 터널이 언제 끝날지 아직은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이미 실물지표의 충격이 주가 등 각종 금융지표에 선반영된 부문이 있고 경제 충격에 대응한 각종 통화 및 재정정책이 파격적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지표 충격에 무덤덤해질 수 있다”며 “그러나 당분간 금융시장은 더욱 고통스러운 실물지표 충격을 감내해야 하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 코로나19 악영향으로 3월 OECD 경기선행지수 대부분 부진

3월 OECD 경기선행지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지수가 장기평균선인 100을 하회해 경기 위축 국면에 있음이 확인됐다. 주요 국가별 전월비 등락을 비교하면 유로존(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과 영국이 OECD 평균보다 크게 하락했고 한국과 중국, 미국은 OECD 평균 보다는 하락폭이 작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3월 기준으로 어느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3월 중 유럽의 코로나19 확산과 지역 봉쇄 조치, 경제활동 중단이 가장 심각했던 반면 중국과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지나면서 경제활동이 일부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3월 중반 이후 미국의 코로나19 피해가 급격히 커졌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 중심으로 향후 경기선행지수의 흐름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상대로 코로나19의 악영향이 반영되면서 3월 OECD 경기선행지수는 대부분 하락했다. 자료=IBK투자증권
예상대로 코로나19의 악영향이 반영되면서 3월 OECD 경기선행지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하락했다. 자료=IBK투자증권

박 연구원은 “경험하지 못한 경제지표 본격화와 코로나 19 확산세 정점이 교차하는 충돌 구간을 통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역시 인내가 당분간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정상화까지는 앞으로 4개월 이상 걸릴 것”

국내외 소비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진정되고 일상을 정상화하기까지 앞으로 4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자문사 플레시먼힐러드가 한국·미국·중국·독일·이탈리아·영국 등 6개국 성인 6566명을 대상으로 이달초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시점으로부터 앞으로 '정상적' 일상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대한 예상은 평균 17주였다.

예상 기간은 국가별로 차이를 보였다.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인 중국 응답자들은 평균 9주 이내에 회복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가 확산한 미국은 평균 15주, 한국과 독일은 평균 17주, 영국과 이탈리아는 평균 22주 등으로 사태가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 항공업과 관광·숙박업 타격 지속

내수 비중이 큰 유통업은 3분기부터 회복되지만 항공, 관광·숙박, 정유·화학 등은 4분기를 넘어 내년쯤에야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3일 발간한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서 관광·숙박업과 항공업을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가장 뒤늦게 회복할 업종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교육이나 화장품, IT소비재 업종은 당장 2~3분기부터 회복을 시작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홈코노미’, ‘언택트 소비’ 등에 힘입어 유통 등 서비스업의 회복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 서비스의 비중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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