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편안한 소리(17)] 일상 속 ASMR - 눈(雪) 소리
[사소하지만 편안한 소리(17)] 일상 속 ASMR - 눈(雪) 소리
  • [자투리경제=김한빈 SNS에디터]
  • 승인 2021.01.1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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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째 ASMR

눈(雪) 소리

 

금방이라도 끝날 것만 같았던 코로나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요즘, 대다수의 사람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사태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모두가 더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바이러스가 종식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지만, 너무 오래 지속되는 이 사태에 그저 체념하는 마음만 들 때도 많아졌다. 
코로나로 인해 불편해진 모든 것들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상황에 이르렀을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사소한 소리를 준비해왔다. 
오늘도 무사히 위험을 무릅쓰고 직장 혹은 학교를 다녀온 당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며 영상을 소개해본다.

 

겨울철 흠뻑 내리는 눈을 상상해 보세요.

 

초등학생 때에는 눈이 오는 날이면 하던 일을 제치고 털장갑도 챙기지 않은 채 동생과 허겁지겁 나가 아파트 주차장 자동차 위로 쌓이던 눈을 모아 눈사람을 만들었다.

차가운 눈에 손바닥이 퉁퉁 얼어붙는 상황인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눈사람을 만들고, 온 세상이 새하얘진 환상적인 분위기에 감탄을 자아내던 기억을 되돌아보면 정말 마음속에 순수한 감성이 많이 녹아있던 시절임을 실감한다.

나이를 들고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어릴 적 꾸었던 꿈들은 조금씩 현실적인 감각으로 희석되어진다.

그것은 되돌아보면 마음이 아픈 일이라지만, 우리는 그저 역주행 방향이 없는 인생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랜 시간 동안 동심(童心)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현실적으론 말도 안 되는 꿈을 꾼다고 핀잔을 주면서도, 보이지 않는 부러움을 머금은 눈빛을 그들에게 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많다.

우리는 동심을 동경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는 건 나이가 들수록 무뎌진다.

 

그런데 얼마 전 서울에 함박눈이 쌓였다.

그 당시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거짓말 없이 새카맣던 아스팔트 도로가 불과 1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겨울조차도 뜨뜻미지근하던 서울의 열기가 눈을 녹일 시간을 주지도 않은 채 인정사정없이 쏟아 내렸다.

동시에 우리의 마음속에는 무뎌진 줄 알았던 동심이 여느 때보다도 쉴 새 없이 콩닥이고 있었다.

매일 같은 사람들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같은 몸짓으로 스쳐 지나가던 도심의 중심은 이미 나이를 잊은, 현실을 잊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갑작스러운 폭설에 오지 않는 버스는 화가 날 법도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자리에서 눈을 즐긴다.

 

이번엔 본인도 급하게 핸드폰과 녹음기를 꺼내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모습을 녹음했다.

"뽀드득 뽀드득" 듣기만 해도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눈 소리를 들으며 오늘은 무뎌졌던 동심을 잠깐이라도 다시 꿈꾸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영상촬영: 아이폰X 카메라 // 소리녹음: H1N 보이스 레코더 // 촬영시각: 오전 10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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