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진주 본사. 사진=LH
LH 진주 본사. 사진=LH

무량판 구조 민간 아파트에 대해 본격적인 전수 조사를 벌이기로 한 가운데 비난의 화살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민간 건설사로 옮겨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안전진단은 물론 보수·보강공사에 소요되는 비용 전액을 시공사가 부담하도록 하고, 위법 사항 발견 시 강력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철근 누락' 사태가 설계와 시공, 감리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인데 마치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모든 아파트가 부실시공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사가 마치 '공공의 적'이 돼 가는 분위기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자금 사정이 나은 대형 건설사는 그나마 낫겠지만 만일 중소 건설사들은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시공 중인 단지에 대한 안전진단이 진행될 경우 공기 지연 가능성도 있고, 이미 준공된 단지의 경우 입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진단 진행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LH가 발주한 15개 공공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무량판 구조에 철근이 누락된 사태가 발생한 것은 LH가 책정한 낮은 공사비 단가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이 LH발주 공사 참여를 꺼리는 이유중 하나가 단가 때문이라는 것이다. 

LH가 발주한 아파트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들 단지의 시공을 맡은 곳은 모두 시공능력평가(시평) 10위권 밖의 중견건설사였다. 이들은 사세 확장을 위해 어쩔수없이 LH 발주 공사를 맡았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2021년 LH가 발주한 아파트의 평균공사비는 계약면적 기준 3.3㎡당 580만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서울시 내의 23개 정비구역의 평균공사비가 673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폭 낮은 수준이다.

LH는 낮은 단가 외에 관행상 공기 연장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 부족 사태처럼 자재 수급난으로 공기가 연장될 때도 이를 인정해주지 않아 밤샘 공사를 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한편 LH가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이후 전관예우를 근절하겠다며 취업 제한 대상자를 늘렸지만 지난 2년간 'LH 전관'의 취업 길이 막힌 사례는 단 한 번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LH가 혁신안을 발표한 2021년 6월 이후 최근까지 LH 퇴직자 21명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를 받았다. 심사 대상은 지난해 9명, 올해 12명이다.

이 중 취업 불가 판정을 받은 LH 퇴직자는 2021년 12월 퇴직한 뒤 바로 아파트 유지보수·관리업체에 취업하려던 2급(부장급) 직원 A씨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 20명은 모두 취업이 승인됐다. 취업 제한을 2급 이상으로 확대하자 실무에 밝은 3급(차장급) 출신이 기업으로 옮기는 사례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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