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 및 공공주택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비리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9일 경기도 화성시 비봉지구 A-3 구역 공공아파트 공사 현장을 찾아 안전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9일 경기도 화성시 비봉지구 A-3 구역 공공아파트 공사 현장을 찾아 안전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2개 단지에서 무량판 구조 기둥의 45%가 철근이 누락된 채 시공된 것으로 조사됐다.(8월27일)

# LH 아파트 입주자들의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5년간 LH 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가 25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8월30일)

# 최근 ‘철근 누락’ 사태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지난 5년 6개월간 법인카드를 2000억원 넘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8월31일)

공공임대 및 공공주택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비리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고구마줄기 캐듯’ 당기면 당길수록 연달아 숨겨져 있던 온갖 부패와 비리들이 딸려나오는 양상이다. 

발주부터 설계, 감리, 시공 등 모든 과정이 허술하게 진행이 되다보니 제대로 성한 구석이 없는 셈이다.  

LH는 그동안 공공분야에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민간을 상대로 ‘생태계의 최상 군림자 역할’을 해왔다.

어찌보면 LH의 부실 공사는 '기본'인 것처럼 보인다. 철근 누락을 비롯한 부실 공사 실태가 한두 곳의 아파트에서만 벌어진 게 아닌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철근 한두개 정도 빼먹는 것에 대해 그동안 내부에서도 큰 문제를 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한두개 정도 빼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서너개는 그만그만한 일이고, 대여섯개 정도 빼먹어야 너무 한 거 아니냐며 질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내부 기준이 너무나 허술하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월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철근 누락 LH 아파트의 명단과 시공사, 감리 담당사 등을 공개하고 있다. 원 장관과 이한준 LH 사장(사진 오른쪽). 사진=국토교통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월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철근 누락 LH 아파트의 명단과 시공사, 감리 담당사 등을 공개하고 있다. 원 장관과 이한준 LH 사장(사진 오른쪽). 사진=국토교통부

거짓말도 어렵지 않게 한다. 실태 조사·발표 대상에서도 공사가 잘못된 일부 단지를 빠트리고, 나중에 지적을 받고서야 실토를 한다. 문제가 된 설계업체들이 줄곧 수주를 해왔고 때로는 일을 잘했다고 상도 타갔다.

총체적인 부실이 뿌리 깊이 박혀있었고,  집을 짓는 과정에서 일명 '카르텔'이라고 불릴 수준의 각종 이권이 복잡하게 얽힌 것까지 확인됐다.

이번 LH 사태의 시작은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였다. 국토교통부에서는 해당 사고 후 LH가 발주한 아파트의 전수 조사를 진행했고,  두 달여가 지난 7월 30일 국토부는 LH 발주 아파트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빠졌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준공된 단지를 포함한 91개 중 15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만일에 이 사안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LH 비리와 부패는 지금도 계속 됐을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곪디곪은 카르텔을 잘라낼 시기가 됐다.

설계 과정도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가 된 15개 단지 중 13곳의 설계사무소가 LH 퇴직자들이 일하고 있거나 오랫동안 대표이사 등 고위급 임원으로 지낸 전관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량판 공법 부실시공 아파트’ ‘전관 밀어주기’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거듭나기 위해선 조직의 분리·축소 수준에서 개혁이 안 되고, 기능의 민간 이관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H가 가지고 있는 너무나 많은 이권들을 민간에 넘기고 국토교통부는 이를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을 통해 설립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무량판 아파트 보강 철근 누락 사태 이후 공공주택 공급 일정도 불가피하게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동산 경기 둔화와 공사비 인상으로 가뜩이나 착공 실적이 크게 줄었는데, 장기적으로 무주택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YTN 뉴스화면 캡처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무량판 아파트 보강 철근 누락 사태 이후 공공주택 공급 일정도 불가피하게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동산 경기 둔화와 공사비 인상으로 가뜩이나 착공 실적이 크게 줄었는데, 장기적으로 무주택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YTN 뉴스화면 캡처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 겸 한반도선진화재단 부동산정책연구회장은 "LH를 과거와 같이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분리하자는 개혁안에 대해서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비대해진 조직을 다시 해체한다고 해서 부패와 이권 카르텔의 문제가 해결될 리 없고, 오히려 두 개의 조직에서 이권 카르텔이 다시 두 배로 증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공정한 경쟁으로 민간 건설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택지 및 주택공급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관리 감독하면 된다”며  LH의 주요 기능들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단순히 LH 분할·기능이관 등의 논의에서 벗어나 민간 시장을 활성화하고 공공일자리가 아닌 민간일자리가 건설분야에서 창출될 수 있도록 LH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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