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중 하나인 '미아역 동측' 전경

정부가 주민 호응도가 낮은 21곳을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에서 철회하기로 했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25일 주민 호응이 낮아 사업 추진이 어려운 도심 공공복합사업 후보지 21곳(2만7000가구 규모)의 지정을 철회했다. '주민 동의율 30% 미만'에 해당하는 곳들이다. 예정지구에서 해제된 '덕성여대 인근'까지 더하면 총 22곳에서 사업이 무산됐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본지구로 지정되려면 67% 동의율을 충족해야 하는데 30%는 넘고, 67%(2/3)에는 턱없이 부족한 후보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전 공청회나 주민의견 수렴없이 주민동의율 30%만 넘으면 후보지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해놓는 바람에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다. 일부 주민 동의만 얻어도 사업 추진이 가능한 데다 다른 정비사업으로 전환하기 힘들고, 후보지 지정 이후 주택거래도 자유롭지 않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예비지구가 지정된 지 1년 이내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지못하면 자동 해제되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드러난다. 일단 후보지 다음 단계인 예비지구가 지정이 돼야 한다. 그리고 예비지구 지정 이후 1년이란 시간이 필요하고 이 기간동안 2/3가 반대를 해야 한다. 후보지 단계에서는 철회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후보지로 지정된 지역에서 반대가 심하더라도, 국토부의 철회 처분 결정만을 기다려야 한다.

개정안 마련 당시 야당 의원들도 예비지구로 지정된 이후 1년간 주민의 권리행사가 제약되는 문제가 있다며 주민 다수가 반대하면 1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즉각 예비지구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후보지 철회 지역. 자료=국토교통부
2차 발표지역 중 후보지에서 철회된 미아사거리역 동측, 미아사거리역 북측, 삼양사거리역 인근, 수유역 남측1, 수유역 남측2, 용두-청량리역 인근

 

대부분 후보지가 국토교통부에서 정한 사업 철회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반면 본지구 지정 요건은 충족하기 힘들어 후보지 해제에 앞서 주민 의견을 원점에서 다시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76곳 10만 호의 후보지를 발표했다. 이중 연신내와 증산4구역 등  9곳 1만 5000호가 도심복합사업 지구로 지정했고, 서울 강북구 수유역 남측 1·2, 삼양역 북측, 부산 전포3구역 등 21곳(2.7만가구)는 후보지에서 철회했다. 단순 계산법으로 보면 나머지 5만8000가구는 여전히 공중에 붕뜬 상태다. 전체 10만호 중 절반이 넘는 58%에 대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고 못하고 있는 셈이다.

후보지 주민들은 지난해와 달리 올들어 집값 하락세가 점차 가팔라지는 만큼 후보지 철회 기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업성이 떨어져 당초 정부가 약속한 인센티브를 챙기기 힘들고, 분양가상한제로 원주민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보다 비싼 역전현상까지 나올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다.

인천, 부천 등은 시세가 많이 내려앉아 신축 분양가나 아파트 원주민 분양가가 별반 차이가 없다. 시세차익도 기대하기 힘들고 시장 상황이 바뀐 것도 문제다.

한 후보지 주민은 "동의율 30%를 기준으로 사업 여부를 판가름한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어디는 후보지로 남기고 어디는 철회하고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다. 어떠한 법적 근거 없이 동의율 30% 미만을 기준으로 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새 정부 들어서 민간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도 바뀌고 있는 만큼 이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이유가 없다"며 "모든 후보지에 대한 동의율 재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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