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주택 가격에 대해 "고평가 됐다"고 지적했다.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높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연체율도 상승하면서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주택 가격에 대해 "고평가 됐다"고 지적했다.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높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연체율도 상승하면서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해 연이어 경고음을 날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국가경제와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 내용을 되짚어 보자. 그는 "금융비용(금리)이 지난 10년처럼 (연) 1∼2%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부동산 투자를 하셔야 한다"며 가계부채 심각성에 대해 많은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낮은 금리로 갈 거라는 예상을 해서 집을 사셨다면 상당히 조심하셔야 된다"며 섣부른 부동산 투자에 대해 으름장을 놓기로 했다.

그가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것을 요약하면, 가계부채 급증 → 소비위축 → 경제성장률 저하 → 국가경쟁력 하락이다.

부채가 너무 많고 증가속도가 가팔지면서 이자율이 지금처럼 조금만 올라가도 쓸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그것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이 총재는 "아직까지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두 달 정도고, 물론 타임래그에 의해서 몇 달은 증가될 수 있지만 이 증가 폭이 다시 커져서 GDP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80% 수준을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미시적인 조정을 하고 점진적으로 가계부채를 낮춰가는 데 대해서 정책당국과 한국은행이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안정에 제약이 올 수 있는 만큼 현재 100% 이상인 이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이 총재는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 총재 발언 이후에도 가계부채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14일 발간한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은 소득과 괴리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기초 경제여건 등과 비교해 볼 때 여전히 고평가됐다고 밝혔다.

통화당국의 강력한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풀면서 집값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가계부채를 주택가격 상승 원인으로 꼽았다.

1.3 부동산 규제 완화책으로 무주택자에 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로 상향 조정됐고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소득과 무관하게 4%대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신규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특례보금자리론은 총부채 상환비율(DSR ) 규제에서 제외돼 DSR 을 우회할 수 통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까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며 가계대출 늘리기에 동참한 것이 가계부채 급증 원인이 됐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은 26배다. 연 소득을 26년간 모아야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통화정책 측면에서 보면 최근 경기나 물가, 가계대출 상황을 포함한 금융 불균형을 고려해 상당 기간 긴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고, 거시 건전성 측면에선 가계대출 증가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그에 적합한 대응책을 마련해 시행해 나가야 한다"며 관련 정책의 일관성을 주문했다.

이 부총재는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100%에서 관리돼야 한다"며 "하지만 1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5%로 이를 상회했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와 이상형 한은 부총재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 불균형을 해결하는 것은 한은의 통화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기에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 요인을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그에 적합한 대응책을 시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겠다며 부동산 정책을 완화한 것이 집값 급등으로 이어졌고, 대출 규제까지 풀어주면서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통화정책은 긴축적으로 유지가 되고 있는데 정부가 거시 건전성 정책을 완화적으로 바뀌면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정부를 겨냥해 쓴소리를 한 셈이다.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9월) 설명회에서 이상형 부총재보가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이주용 동향분석팀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 사진=한국은행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9월) 설명회에서 이상형 부총재보가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이주용 동향분석팀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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